
아마존 등 빅테크와 손잡고 미래 시장 선점…'에너지 안보 동맹' 역할 강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기대를 모았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며 '원자력 주권' 확보라는 명분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우리 원전 산업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본토에서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과 핵심 핵연료 공급망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례 없는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27일 정부부처와 원전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한미정상회담의 공식적인 결과 발표 등에서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 개시'가 포함되지 않았다.
정상회담 이전에는 개정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이 많았지만, 최종적으로는 공식 의제로 거론되지 않은 셈이다.
우리로서는 '원자력 주권' 확보에 아쉬움이 남은 대목이다. 원자력 주권이 제한된다고 보는 핵심적인 이유는 현행 협정에 담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금지, 제3국에 원전 수출 시 미국 정부의 사전 동의 필요 등의 조항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안정적인 원전 연료 수급과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 원전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정 논의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내에서 다각적인 사업 교두보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 아마존과 손잡고 미국 SMR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선다. 한수원은 아마존, 차세대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X-energy), 기자재 공급 파트너사 두산에너빌리티와 4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아마존의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엑스에너지의 4세대 고온가스로 SMR 'Xe-100'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4사가 협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수원은 이 프로젝트에서 원전 설계·건설·금융·운영(O&M) 등 SMR 사업 전 주기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 시공 참여를 넘어, 축적된 원전 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의 주류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텍사스주에 건설되는 11GW 규모의 세계 최대 에너지 복합센터 건설에도 참여하게 됐다. 페르미 아메리카, 삼성물산과 체결한 이 협약을 통해 한수원은 급증하는 미국 내 전력 수요 대응과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며 현지 시장 진출의 발판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SMR 건설 시장 진출과 동시에 미래 원전의 '혈액'으로 불리는 차세대 핵연료 공급망을 선점한 것 역시 중대한 성과다.
한수원은 미국의 핵연료 공급사 센트루스(Centrus)의 신규 농축설비 구축에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미래 원전에 필요한 핵심 연료를 선제적으로,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여기에 한수원은 올해 1월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체코 원전 불공정 합의에 대한 재개정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 간 미국 합작회사(JV) 설립 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에 대한 주권 확보는 장기적인 과제로 남았지만, 당장 차세대 원전 사업의 실질적인 주도권을 쥐고 안정적인 연료 수급권까지 확보한 것은 그 이상의 산업적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