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부동산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을 ‘역할 재정립’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28일 본지 취재 결과 전문가들은 부동산 관련 공기업들에 대해 단순한 통폐합이나 인원 감축이 아니라 거대화된 조직을 슬림화하고 각 기관의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는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기업에서 구조조정은 결국 중복된 기능을 합치고 인원을 줄이는 과정”이라며 “LH 같은 대형 기관도 만성적인 적자를 줄이려면 운용기금의 쓰임새와 수익률을 꼼꼼히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통폐합과 인적 구조조정 같은 고통스러운 과정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LH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핵심 공기업이지만 업무가 지나치게 방대하다”며 “공공성은 유지하되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공기업들의 방만한 운영 구조를 지적했다. 그는 “조직이 너무 커지다 보니 권한 위임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내부 통제 기능도 약해진다”며 “LH 등이 통합된 구조로 운영되면서 방만 경영의 문제가 나타난 만큼 조직 쇄신 차원에서 기능 분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주택 공급 과정에서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면 마진이 낮아져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는 만큼, 공급 구조 자체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기능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보증 비율 조정과 사업성 없는 영역까지 떠안는 관행을 개선하지 않으면 기관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보증 비율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HUG의 건전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전문성이 있는 기관이라 하더라도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는 영역까지 무리하게 떠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관의 신뢰와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지키려면 보증 확대보다 사업성 판단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도 “전세 사기 피해 지원 과정에서 보증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현 시스템 자체가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위험 관리의 기본값을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재정적 제약 속에서도 국민 친화적인 운영에 무게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이 단순히 비용 절감이나 조직 축소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고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 개혁 구호가 반복됐지만 국민 체감 효과는 미미했다”며 “이번에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 신뢰 회복과 주거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개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