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기술보증기금(기보)의 유동화회사보증(P-CBO. 프라이머리 CBO) 대위변제액이 전년 대비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기보의 일반보증(기술보증) 사업 대위변제가 2년 연속 1조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프라이머리 CBO에 대한 대위변제 역시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시행됐던 금융권의 상환유예조치 등이 종료되는 10월부터 중소기업의 채무상환 부담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본지 취재 결과 기보는 지난해 유동화회사보증 대위변제에 110억 원을 투입했다. 전년 대위변제액(2023년 47억 원)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기보는 당초 지난해 유동화회사보증 대위변제 예산으로 38억 원을 편성했지만, 사고금액이 늘자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예산을 3배 가까이 증액 집행했다.
유동화회사보증은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유망 중소벤처기업의 신규 회사채를 기보의 보증으로 신용을 보강, 이를 자본시장에 매각해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는 제도다. 기보가 상환을 보증하는 만큼 이들 기업이 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한다. 유동화회사보증 대위변제는 기업들이 유동화 증권의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등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 보증을 섰던 기보가 이를 대신 갚는 것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기보가 대위변제까지 했다는 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이 안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대위변제가 늘고 있다는 건 빚을 못 갚은 기업이 늘고 있다는 뜻이라 좋은 신호는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보는 이미 일반보증사업(기술보증사업)의 대위변제가 급증하는 추세다. 기술보증 사업은 기술력은 있지만 담보능력이 약한 기술‧창업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보증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해당 기업들이 자금난과 폐업 등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기보가 이를 대신 갚고 있다.
기보의 기술보증 대위변제는 2020년 8254억 원에서 2022년 6678억 원으로 감소했지만 2023년 1조1058억 원, 2024년 1조3248억 원으로 2년 연속 1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7월 기준 기보의 보증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의 사고액(채무불이행) 규모는 이미 9400억 원을 넘었다. 중소기업들이 갚지 못한 대출을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줄 만큼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특히 이같은 대위변제 급증은 보증기관의 건전성을 압박하고, 결과적으로 국가 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증 확대 등 단순한 정책으로 해결한 문제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경기 회복 국면에서 크게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런 기업들의 경영여건이 악화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정책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에선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95%로 2016년 5월(0.95%) 이후 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2020년 이후 지속해서 하락한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2022년 3분기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하면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영실적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중소기업들의 금융 여건이 더 악화한 셈이다.
일각에선 10월부터 코로나19 확산 당시 시행됐던 금융권의 상환유예조치 등이 종료되는 만큼 부실기업의 경우 상환 부담이 커져 사고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윤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중소기업은) 대내외 경제환경의 불안정성과 고환율로 인한 기업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 악화가 우려된다"면서 "중소기업의 한계기업이 증가할 수 있고, 이는 정상기업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저성장에 들어간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이 같은 경영난은 일시적인 문제로 보면 안 된다.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는 신호"라며 "저성장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상황을 보여주는 시그널을 신중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