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환자 이식 후 절반 겪는 ‘이식편대숙주질환’…“치료 환경 개선해야”

입력 2025-08-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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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및 사회경제적 부담 높아…혁신 치료제 급여 시급

(오픈AI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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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5년 전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을 거치며 완치를 꿈꿨다. 그러나 이식 후 발생한 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이 새로운 절망을 줬다. 전신에 발생한 숙주 반응으로 피부는 얼룩덜룩 변했고, 눈물샘이 말라 매일 혈청 안약을 써야 했다. 간과 폐까지 숙주가 침범하며 추가 치료와 수술을 반복해야 했고,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졌다. A씨는 “백혈병 완치를 꿈꿨을 뿐, 이식 후 또 다른 어려움이 시작될 줄은 몰랐다. 전신에 걸친 숙주 반응으로 고통이 크지만, 무엇보다도 이 질환이 언제 끝날지, 얼마나 악화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이 환자의 삶을 더욱 갉아먹는다”고 말했다.

혈액암 환자가 완치를 위해 선택하는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은 투병의 끝이 아닐 수 있다. 생존 환자의 절반 가까이는 ‘이식편대숙주질환’이라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공여자의 면역세포가 환자의 장기를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이 질환은 피부·간·폐·위장관 등 전신에 걸쳐 손상을 남기며, 환자의 삶을 장기간 옥죄게 된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심각성에 비해 인지도가 매우 낮다. 하지만 국내 혈액암 환자는 최근 5년간 22% 증가했고, 조혈모세포 이식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식 후 100일 이후 발병하는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은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에서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많은 환자가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전신에 심각한 염증과 섬유화를 일으켜 주요 장기를 비가역적으로 손상시키고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 특히 간, 폐 관련 숙주 반응의 경우 사망위험이 60%에 달할 정도로 몹시 치명적이다. 실제 미국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협회가 조혈모세포 이식 후 5년이 지난 혈액암 환자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이식편대숙주질환은 혈액암 생존자의 ‘비재발 사망’ 원인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신체적 고통과 함께 삶의 질 저하를 겪는다. 숙주 반응은 피부·구강·눈·폐·위장·간·관절·생식기와 같은 주요 장기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중등도 및 중증 환자들 10명 중 약 4명은 심각한 통증으로 인해 처방약에 의존해야 한다. 중등도 및 중증 환자 중 32.1%는 우울증을, 30.2%는 불안감을 겪어 사실상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

이식편대숙주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크다. 신체 기능 저하로 직장 복귀가 쉽지 않은 환자들은 개인적으로 깊은 상실감을 겪고, 사회적으로는 인적 자원의 손실로 이어진다.

현재 1차 치료제는 스테로이드제다. 그러나 환자의 97%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합병증을 경험하고,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골다공증 △관절 괴사 △장기 부전증 △고지혈증 △위장 장애 △성장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동밯난다. 2차 치료제로 쓰이는 야누스 키나아제(JAK) 억제제도 효과가 제한적이라 약 50%의 환자는 3차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이식편대숙주질환은 단순 합병증이 아닌,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을 동시에 위협하는 중증질환이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일상 생활이 불가능해지고 사회적 고립, 경제적 어려움까지 이어져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큰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만을 위해 개발된 최초의 치료제 ‘벨루모수딜’이 등장하며 의료 현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벨루모수딜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 승인을 받고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염증과 조직 섬유화를 동시에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을 갖춰, 기존 치료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반응을 보인다. 특히 이전 치료제에서 큰 개선효과를 보이지 못한 주요 숙주반응 장기인 관절, 간 및 폐에서도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벨루모수딜이 비급여라 환자들의 약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환자들은 혁신 신약이 국내에 등장했음에도 아직 비급여이기 때문에 적시에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다.

장 교수는 “효과적인 치료 옵션의 등장에도 급여 논의는 제자리로, 환자들은 여전히 제도 밖에서 치료 기회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급여 적용이 지연될수록 환자의 치료 기회는 줄어들고, 돌봄·간병 비용, 노동력 손실 등 사회적 비용은 커진다. 단순히 한 약제의 문제가 아니라, 중증 희귀질환 환자가 ‘살 권리’를 보장받는 의료 시스템의 기본 의무와 직결된다. 이처럼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이해, 그리고 치료 접근성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혈액암협회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동종조혈모세포이식 후 이식편대숙주질환을 경험한 환자 19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환자 65.8%가 ‘신약 사용 의향은 있지만 ,비급여 비용 부담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신약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31%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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