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개최 가능성 문의받아”
사우디, 2029년 포기·2033년 개최도 논의
사막 한가운데 스키장 짓는 ‘트로제나’ 건설 난항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 측 대표단은 중국과 이 문제에 대해 비공식 논의를 가졌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OCA로부터 개최 가능성을 문의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대한체육회는 정부에 해당 사실을 알렸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4년 밖에 안 남은 이번 대회는 석유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 경제 다각화를 노리는 사우디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다. 특히 사우디는 초대형 미래도시 프로젝트 ‘네옴’의 일부로 추진되는 ‘트로제나(Trojena)’를 통해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스키 등 동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고 선전해왔다.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인공 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산악지대에 대규모 인공호수를 조성하며 고급 리조트와 호텔, 별장 등이 건설될 예정이었다. 트로제나는 수년간 공학·건축의 기적으로 홍보됐다. 2023년 6월 네옴 보도자료에는 산 정상 사이의 거대한 호수 조감도가 실렸다.
그러나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공정이 지연되면서 사우디에서는 올해 초부터 동계아시안게임 대체 개최 장소 논의가 시작됐다고 FT는 전했다. 소식통들은 사우디 정부가 트로제나 프로젝트를 축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공식적으로는 단계적 건설 계획에 따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
기업 정보 플랫폼 MEED에 따르면 트로제나는 약 190억 달러(약 26조43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사우디는 이미 수십억 달러를 이 초대형 프로젝트에 투입했으나 현재 유가 하락과 재정적자에 직면해 있어 돈을 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사우디가 2029년 대회를 중국에 맡기고 자국은 2033년 대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며 “중국은 필요하다면 사우디를 지원하겠지만, 이번 대회를 포기할 의향이 있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중국은 사우디 개최를 지지한다”며 “해당 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중국 측 인사는 최종 결정은 대회 주관기관인 OCA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가장 최근 치러진 동계아시안게임은 올해 2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렸다. ‘얼음의 도시’로 불리는 하얼빈은 풍부한 강설량과 영하 15도 안팎의 혹한으로 사막 국가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환경을 갖췄다.
한 OCA 관계자는 이달 초 “트로제나에서 일부 지연 위험을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결정하기에는 이르며 내년에야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의는 2017년 발표된 네옴 프로젝트가 직면한 난제를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네옴은 세계 최대 규모 건설 프로젝트로 초기 추정치의 세 배에 달하는 1조5000억 달러가 투입될 전망이다. 네옴 내 마천루 ‘더 라인(The Line)’과 초호화 해양관광 개발구역인 ‘신달라(Sindalah)’도 차질을 빚고 있다. 신달라는 ‘럭셔리 섬(Luxury Island)’이라는 별칭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