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그간 불거졌던 ‘내국인 역차별’ 논란이 해소될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불만 여론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그동안 내국인은 대출 한도 제한, 전입 의무, 다주택자 대출 금지 등 각종 금융·세제 규제에 묶여 있었다. 반면 외국인은 국내 규제를 받지 않고도 현지 은행을 통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6·27 대출규제 시행 이후 외국인 매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역차별 불만이 커졌다. 실제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6·27 대출 규제 직후인 지난달 서울 지역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연립 등)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자는 내국인이 1만7259명으로 전월보다 12.5% 감소했지만 외국인은 같은 기간 198명에서 206명으로 4%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허가구역 지정이 정부가 외국인 규제에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불만 여론을 일정 부분 잠재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외국인 주택거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자체가 상징적”이라며 “시장에서도 ‘외국인 역차별’ 논란에 대한 대응책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내국인은 실거주 의무, 대출 규제, 자금출처조사 등 여러 제약을 받고 있는데 외국인에게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불만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다만 외국인 토허제가 실거주 수요 확인과 투기 배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대출 규제 측면에서 여전히 형평성 논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집값 안정이라는 궁극적 목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외국인 거래 자체가 전체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규제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기 때문이다.
김은선 랩장은 “외국인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전체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내국인 불만을 달래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시장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까지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허가구역 지정이 외국인 거래를 억제하는 단기적 효과는 있겠지만 자금출처 확인이나 사후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효성은 떨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예고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확대나 해외자금 검증 강화 같은 후속 제도 개선이 실제로 작동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