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영 또는 분할 시나리오 유력할 듯
정부도 예의주시…업계 구조개편에 적잖은 영향

여천NCC 사태를 두고 업계에서는 “언젠가 한 번은 터질 수밖에 없었던 문제”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로 다른 대기업집단이 절반씩 지분을 나눠 가진 구조적 한계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1999년 한화와 DL(당시 대림)이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합해 출범한 합작사다.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 없이 민간기업이 자율적으로 추진한 첫 구조조정 사례로 꼽힌다.
이렇게 탄생한 여천NCC는 연산 228만t(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국내 3위 생산자로 자리매김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글로벌 석유화학 시황이 급격히 꺾이기 시작했다. 중국이 ‘화학 굴기’를 내걸고 잇따라 증설에 나서면서 공급 과잉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여천NCC의 누적 적자는 8200억 원에 달한다. 고정비 부담이 큰 대형 NCC는 일정 가동률을 유지하지 못하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위기 상황에서 50대 50 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올해 초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1000억 원씩 지원했고, 추가 자금 지원을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졌다. 공급 계약 조건을 두고도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달 여천NCC는 여수 3공장 가동을 멈추는 초강수를 뒀다. 양측 주주사가 각각 1500억 원씩 출자·대여하는 방식으로 총 3000억 원을 긴급 수혈하며 당장의 유동성 위기는 넘겼다. 그러나 내년까지 5000억 원이 넘는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근본적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iM증권은 “일부 설비 폐쇄 없이는 구조조정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신용등급 강등이나 최악의 경우 워크아웃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최근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사업재편 자율협약식’ 직후 백브리핑에서 “여천NCC 역시 원칙과 사업재편 방향에 따라 자체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충분히 검토한 뒤 적절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여천NCC의 주주사 가운데 한쪽이 지분을 모두 인수해 단독 경영 체제로 전환하거나 대산석유화학단지처럼 설비를 쪼개 각 그룹이 나눠 갖는 방식 등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2004년 현대석유화학이 매각되면서 LG화학과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이 각각 분할 인수한 바 있다.
이번 사례는 구조개편 논의 본격화하는 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의 구조개편 방향성에 따라 설비 통합 논의가 불가피하지만, 여천NCC와 같은 공동 경영 체제가 위기 국면에서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도 구조개편 논의 과정에서 공동 경영 체제가 불러올 문제들을 간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