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앤디파마텍이 대표적…아이엠바이오‧나이벡 등도
자금 조달‧임상 속도 빨라…“새로운 전략 될 수도”

뉴코(NewCo) 모델이 K바이오의 새로운 기술수출 모델이 될지 주목된다. NewCo란 New Company의 줄임말로 벤처캐피털(VC)이나 투자자가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바이오 기업이나 제약사의 유망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개발에 특화된 회사를 만드는 형태다.
2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VC나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촉진을 위해 뉴코 모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모델은 신약 후보물질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투자 유치와 사업 추진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전략이다.
제약사들이 비핵심 자산이나 초기 단계 자산을 매각하거나 빅파마에서 성공했던 이력을 가진 인력이 모여 설립하며 어려운 자금 조달 시장 환경에서 투자자 참여를 촉진하기도 한다. 기존 회사에서 비핵심 자산이나 초기 파이프라인을 분리해 뉴코로 넘기면 조직을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으며 투자자로서도 집중된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임상 1·2상 단계 파이프라인을 신속히 개발해 특허 만료를 앞둔 빅파마에 매각하려는 전략으로 뉴코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뉴코에 기술수출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파마텍은 미국 파트너사인 멧세라를 통해 기술을 이전했다. 2023년 4월 경구용 비만치료제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 이듬해 3월에는 개발 품목을 확대해 총 6개 품목을 1조3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멧세라는 미국 주요 VC들의 투자를 받아 출범해 나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6월 이중항체 기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IMB-101’을 미국 네비게이터 메디신에 9억4475만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네비게이터 메디신은 미국의 대형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이다.
올해는 나이벡과 에이비온이 뉴코 모델을 통해 기술수출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벡은 5월 미국 바이오 기업과 펩타이드 치료제 ‘NP-201’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4억3500만 달러(약 6000억 원)에 달한다. 에이비온도 6월 항암 항체 신약 ‘ABN501’을 포함한 5개 파이프라인을 대상으로 13억1500만 달러(약 1조80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으나 구체적인 계약 상대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 사례는 뉴코 모델이 단순한 해외 트렌드를 넘어 K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뉴코 모델이 활발하며 이러한 형태의 기술 이전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뉴코와의 협업을 통해 신속한 개발, 빅파마 경험을 가진 인력의 임상 노하우 활용, 파이프라인 가치의 간접 확인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뉴코 기업은 재기술 이전과 인수합병(M&A)을 목표로 해 빅파마보다 파이프라인 집중도가 높고 임상 진행 속도도 빠를 수 있다”며 “특히 빅파마가 원하는 데이터 확보에 강점이 있어 기술이전 및 M&A 과정에서 유리하다. 뉴코 성공 사례가 늘어나면 국내 바이오텍도 빅파마 이전에 뉴코를 거쳐 트랙레코드를 쌓는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나라에서 뉴코 모델은 디앤디파마텍 이전까지는 낯설었지만 미국에서는 흔히 활용되는 계약 구조다. 글로벌 기술이전은 수천 개 자산 중 극소수만 성사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고 국내 바이오텍은 자금난으로 도전조차 쉽지 않다. 반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뉴코와 협업하면 대규모 임상 개발을 이어갈 수 있어 작은 회사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보다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