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0일 서울 중구에 있는 앰베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진행된 신간 ‘키메라의 땅’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K콘텐츠의 성공에 관해 이같이 밝혔다.
베르베르는 "한국에는 천연자원은 없지만 훌륭한 인적 자원이 있다"라며 "영화, 음악 등 한국이 굉장히 창의적인 예술을 많이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전 세계에서 한국인의 재능을 알아보고 있다.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베르베르는 이날 신간 '키메라의 땅'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이 책은 파멸적인 핵전쟁 후 극소수 인간만 생존한 지구를 배경으로 진화 생물학자 알리스의 방대한 모험기를 담고 있다.
알리스는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조합해 키메라 신인류를 탄생시키는 연구를 극비리에 진행한다. 더는 생존이 불가능한 그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인류의 가능성이 이어지도록 하려는 것이다. 인간과 박쥐, 인간과 두더지, 인간과 돌고래의 혼종을 통해 새로운 인류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이에 관해 베르베르는 "어떻게 보면 정신 나간 설정으로 보일 수 있는 소재이지만, 인간 유전자와 동물 유전자를 혼합해서 혼종 존재를 만들고자 하는 연구는 계속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존재와의 결합을 통해 인류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게 베르베르의 설명이다.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이 '키메라의 땅'은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문학이다. 세상의 종말이 일어난 이후의 세계를 그린 문학을 뜻한다. 대개 핵전쟁, 바이러스, 기후재앙, 외계 침공, 인공지능(AI) 폭주 등으로 인류 문명이 무너지고 난 뒤 그 잔해 위에서 생존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에 대해 베르베르는 "작가라는 직업은 본질적으로 인류를 위해서 더 나은 미래가 무엇인지 사유하는 것"이라며 "나는 작품에서 항상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인류가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이야기를 썼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책을 쓴다는 직업, 즉 작가의 본질은 독자에게 새로운 사유와 질문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작가는 항상 독자의 상상력보다 앞서 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베르베르는 독서의 효용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나는 늘 해피엔딩으로 작품을 끝낸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독자를 미소를 짓게 하기 위해서다"라며 "독서는 슬픔을 잊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자가 단지 즐거움만을 위해 책을 읽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서는 내가 몰랐던 걸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라며 "이 책 역시 그런 의도로 썼다"라고 전했다.
베르베르는 1991년 '개미'를 출간해 전 세계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으며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부상했다. 이후 영계 탐사단을 소재로 한 '타나토노트', 제2의 지구를 찾아 떠난 인류의 모험을 그린 '파피용', 꿀벌이 사라진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인 '꿀벌의 예언'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썼다.
그의 작품은 35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30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에 대해서 그는 "한국 독자들은 지적 수준이 높고 호기심이 강하다"라고 답했다. 이어 "좋은 출판사와 번역가 덕분"이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끝으로 베르베르는 AI의 부상에 관해 "저의 전작들을 입력해서 인공지능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비슷한 책을 쓸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전작들을 거의 복사하는 일"이라며 "인공지능을 뛰어넘기 위해 작가들은 항상 새로워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항상 숲을 산책한다. 숲은 나에게 재충전의 장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