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개편을 본격화하면서 금융당국이 주요 은행들을 소집한다. 업계의 자구노력과 사업 재편을 전제로 한 공동 금융지원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1일 5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포함한 주요 채권은행장들을 불러 석유화학업계 금융 대응책을 협의한다.
이날 회의는 앞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회의(산경장)’에서 발표된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방안의 후속 조치 성격을 갖는다. 정부는 회의에서 ‘선(先) 자구노력, 후(後) 정부지원’ 원칙을 명확히 하며 기업 스스로 사업 재편안을 마련해야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채권금융기관 간 협약 체결을 추진해 석유화학 기업들의 자금 수요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은 만기 연장뿐 아니라 이자 유예, 신규 대출 등 다양한 금융지원 수단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권의 석유화학 기업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약 30조 원 규모다. 시장성 차입과 은행권 대출 비중이 절반씩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 산업 기준으로 상당한 수준이어서 만약 동시다발적인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금융권 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구조개편의 큰 틀을 마련했지만 이를 실제로 추진할 ‘컨트롤타워’의 공백도 문제로 꼽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키를 잡아야 하지만, 이 후보자는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 경험이 부족하고 이 원장은 금융권 경력이 전무해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특히 석유화학 업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회장 자리도 두 달 넘게 비어 있어 채권단을 조율할 리더십 부재가 뚜렷하다. 정부는 이 자리를 메울 중량감 있는 인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