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농가 노동력 절감·약제 오남용 방지…2028년 전국 보급 목표

기후변화와 해충 확산으로 전 세계 꿀벌 집단 폐사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으로 '꿀벌응애'를 단 30초 만에 찾아내는 검출 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양봉농가 최대 위협으로 꼽히는 응애를 신속·정확하게 포착해 피해를 줄이고, 노동력 절감과 약제 오남용 방지까지 기대되는 혁신적 성과다.
농촌진흥청은 강원대학교 모창연 교수 연구팀과 벌집판을 촬영하면 AI가 30초 만에 응애를 찾아내는 ‘꿀벌응애 실시간 검출장치(BeeSion)'를 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비전은 ‘Bee(꿀벌)’와 ‘Vision(시야)’의 합성어로, 꿀벌응애 등 병해충을 빠르고 정확하게 검출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꿀벌응애는 벌집 내부에 숨어 벌의 발육을 방해하거나 바이러스를 옮겨 대량 폐사를 유발하는 해충이다. 국내에서는 2022년 월동봉군의 43%가 소실되는 등 피해가 반복돼 왔으며, 지난해 미국에서도 전체 꿀벌 군집의 62%가 폐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존 육안 검사는 벌통 하나를 확인하는 데 30분 이상 소요돼 고령 농가나 신규 농가에 큰 부담이 됐다.
이번에 개발된 비전은 RGB 영상 기반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꿀벌응애뿐 아니라 △백묵병 △날개 기형 꿀벌 △비정상 유충 △꿀벌 개체 수 △알 △여왕벌 △수벌 △꽃가루 등 총 16개 항목을 동시에 분석한다.
또한, 감염 정도에 따라 ‘검사 확대·방제 필요·집중 방제’ 등 과학적 대응 기준도 제시한다. 진단 정확도는 97.8%에 달하며, 고령자나 초보자도 쉽게 다룰 수 있도록 간단하게 설계됐다. 특히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폰 등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농진청에 따르면 비전을 150통 규모 농가에 적용할 경우 노동력 절감 △봉군 피해 최소화 △약제 오남용 방지 효과 등으로 연간 약 860만 원의 수익 증가가 기대된다.
현장 실증에 참여한 한 농가는 “응애 검출이 빠르고 정확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속한 보급을 요청했다.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 회장도 “영상 인식 기술을 접목한 혁신 사례로, 양봉농가 피해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농진청은 장치에 대한 특허 출원을 마쳤으며, 올해 산업체에 기술 이전해 생산에 돌입한다. 이후 현장 실증을 거쳐 2028년부터 전국 양봉농가에 본격 보급할 계획이다. 장치 구입 초기 비용은 현재 400만 원 정도지만, 농가 보급이 시작돼 양산 체계가 확립되면 비용은 내려갈 전망이다.
방혜선 농진청 농업생물부장은 "이번 성과는 경험에 의존하던 양봉에 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한 첫 사례로, 정밀 사양관리와 병해충 예찰 자동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 기반의 선제적 예찰 체계를 고도화해 꿀벌을 지키고 양봉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AI 기반 스마트농업 육성 정책에 발맞춰 농업 디지털 혁신 정책과 긴밀히 협력하며 양봉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과의 연계 중요성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