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투자 성공한 ICS, SNT에너지 회수 시작
결국은 안정성…CB 투자도 마찬가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PE)들이 상장사 교환사채(EB)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EB는 기업 입장에서는 증자 없이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투자자는 안정적으로 원리금을 보장받으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자사주 보유 기업들이 EB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우호세력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면서 EB가 PEF의 새 먹거리로 부상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C는 이달 11일 이사회를 열고 1250억 원 규모의 영구EB 발행을 결정했다. EB 만기일은 2055년 8월(만기 30년)로, 표면금리는 0%다. 하지만 발행 후 3년이 되는 날부터 표면금리는 연 1.0%로 변경된다. 5년이 지나면 표면금리는 연 8%로 뛴다. 교환 대상은 SKC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108만9666주이며, 교환가액은 11만4714원이다. 교환 청구 기간은 다음 달 26일부터다.
SKC가 이번에 발행한 EB는 NH투자증권이 650억 원, 엔브이메자닌그로쓰에쿼티사모투자합자회사가 500억 원, 신영증권이 100억 원어치 인수한다. 엔브이메자닌그로쓰는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와 도미누스에쿼티파트너스가 공동업무집행사원(CO-GP)으로 있는 회사다.
SKC는 올해 6월에도 2600억 원 규모의 영구EB를 발행한 바 있다. 조건은 비슷하지만 교환가액은 10만3842원으로 이번에 발행한 EB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투PE와 헬리오스PE가 SKC가 발행한 영구EB를 인수했다. 한투PE가 물량의 대부분인 2500억 원어치를, 헬리오스PE가 100억 원어치를 매입했다.
이들 PEF 외에도 올해 상장사 EB 매입에 열을 올린 곳은 IMM크레딧앤솔루션(ICS)이다. ICS는 크레딧 전문 PEF 운용사로, IMM홀딩스의 크레딧 부문 자회사다. 올해 2월 ICS는 HD한국조선해양이 HD현대중공업 지분을 기초로 발행한 EB 30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교환가액이 34만6705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교환 가능 주식은 86만5288주다. ICS는 지난달 말 EB를 주식으로 교환해 장내 전량 처분하며 매입가 대비 약 25.7%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시세 차익은 770억 원 수준이다.
올해 5월에는 SNT그룹이 발행한 EB 20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SNT다이내믹스가 보유한 자사주 대상 EB 1100억 원어치와 SNT홀딩스가 보유한 SNT에너지 지분 대상 EB 700억 원어치, SNT홀딩스 보유 자사주 대상 EB 20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SNT에너지 EB는 지난달 24일 보통주로 교환해 처분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8일까지 ICS가 매각한 SNT에너지 주식은 47만6111주로 추산된다. 처분가액은 발행가액 4만3193원보다 높은 4만9173원~5만4301원이다. ICS의 잔여 SNT에너지 주식은 114만4521주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E 입장에서 EB는 만기 이자를 보장 받으면서 주가 상승시 주식으로 교환해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처"라며 "최근 구다이글로벌 전환사채(CB)에 기관 투자자들이 줄을 선 것도 안정적인 수익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