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재편 참여 기업 세제·금융 지원 담길 전망
“일부 폐쇄도 불가피”…여천NCC 거론도
“전기료 인하는 이번에도 쉽지 않을 듯”

고사 위기의 석유화학 산업을 살리려 정부가 구조개편안을 곧 내놓는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연 뒤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방침을 발표한다. 현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산경장 회의다.
구조개편안에는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재편을 유도하기 위한 각종 금융, 세제 인센티브 정책을 포함해 개별 기업의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 등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석유화학 산업 사업 재편, 설비 조정, 기술 개발 등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에도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고 법제 정비, 금융·세제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유도해왔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주요 업체가 비핵심 사업 매각 등 자산 경량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10여 개 석유화학 기업 대표와 물밑 협의를 진행하며 사업 재편 방향을 논의해 왔다.
중국 공급과잉 여파로 주요 석화 기업들은 수년 째 적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수산단의 여천 NCC(나프타분해설비)는 적자 누적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3공장 가동을 멈췄다. 공동 대주주인 DL과 한화의 3000억 원 수혈로 간신히 부도 위기를 넘겼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도 여수 공장의 일부 라인에 대한 사실상 철수 단계에 들어갔다. 전략 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금과 같은 불황이 이어지면 3년 내 국내 석화 기업의 약 50%가 도산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이번 지원책에 담길 업계간 설비 통폐합은 정유·석유화학사 간 수직 통합부터 복수의 석유화학사 간의 핵심 설비 공동 운영, M&A 등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거론된다. 우선 정유사가 석유화학사의 NCC를 직접 운영해 설비 효율화에 나서도록 하는 안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정유사가 석유화학의 원료인 나프타를 생산해 석화사에 판매하는 구조다. 정유사가 NCC를 직접 운영하면 원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여수, 울산, 대산 등 지역별로 국가 산업단지가 형성돼 있는 만큼 각 단지 내 설비 통합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케미칼 대산NCC는 현대케미칼과 합병이 유력하다. 다만 여수산단의 경우, 최근 불거진 여천NCC 대주주간의 갈등으로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설비 통합을 넘어 일부는 폐쇄돼야 실질적인 구조조정 효과가 발휘되는 만큼, 재무 구조가 취약하고 경쟁력 열위 설비는 퇴출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여천NCC가 그 대상이 될 수 있어 최악의 경우 워크아웃 진입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 꾸준히 요구해 온 공정거래법 완화가 담길 지도 관심사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인수·합병(M&A) 시 기업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해당 분야 1위가 되면 결합을 제한한다. 또 기업간 M&A를 논의하거나, 생산량을 합의·조정하는 행위 자체를 담합으로 간주한다.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과 투자 집행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이 완화돼야 기업들이 얘기할 수 있는 물꼬가 트인다”면서 법률적 지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계에서는 예전부터 전기료 인하 요청을 지속해서 했지만 타 산업군과의 형평성 등의 문제로 이번에도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천 NCC가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과 관련해서는 “여천 NCC가 문을 닫으면 수천 명의 직원, 하청업체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이라며 “정부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