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도 위기에 내몰렸던, 전남 여수국가산단 여천NCC가 2000억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받아 숨통을 틔웠다.
하지만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적 문제는 여전해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전남도와 여수시 등에 따르면 중국의 석유화학시설 대규모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과 저가 공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여수산단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천NCC는 국내 3위 에틸렌 생산업체로 연간 1조원대 이익을 냈다.
그러나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만 8200억원에 달한다.
이달부터는 아예 3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여수산단에선 줄도산 공포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LG화학 역시 지난해 12월 산단내 2공장 일부 생산설비를 중단됐다.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12월 중단한 2공장 일부에 이어 지난 8일 3공장까지 가동을 멈췄다.
이들 3사의 공장 평균 가동률은 올해 1월 기준 77.6%에 불과하다.
여수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결과, 여수산단 전체 매출은 2022년 101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87조8000억원까지 급감했다.
여수산단이 줄도산 위기에 직면한 원인은 중국에서 쏟아지는 석유화학 원료의 생산단가를 맞출 수 없어서다.
중국은 한때 한국의 제1 고객이었지만, 막대한 내수 시장을 무기로 성장하면서 최대 경쟁국이 됐다.
특히 '석유화학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의 생산량은 5200만톤으로 국내 연간 생산량(1만090만톤)의 다섯 배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오일머니를 무기로 중동까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처지에 놓였다.
산업계는 정부의 전기료 인하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석유화학산업특별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다.
주철현(여수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에는 전기요금 감면,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금융보증 확대, 공정거래법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한문선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은 "석유화학 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우선 생산단가를 낮춰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 회장은 "현재 국내 기업들은 경쟁국 대비 월등히 비싼 산업용 전기요금 탓에 가격 경쟁력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수산단의 위기는 비단 여수나 전남의 위기가 아닌 국가 전체의 위기라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최소한 석유화학을 대체할 수 있는 산업을 발굴하기 전까지 기업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