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자동차 관세 협상이 지난달 25%에서 15%로 낮아지며 일단락됐다. 관세가 기존보다 10%포인트 낮아졌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위기도 있지만 한국 자동차 산업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 협상 결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0%) 혜택을 누렸던 한국 자동차 산업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갑자기 15%라는 관세 부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과 유럽은 기존 2.5%에서 15%로 오르며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했다. 그만큼 한국 자동차 업계의 고민이 깊어진 것은 당연하다.
최근 수년간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왔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시설을 늘리고 친환경 차량 투자를 확대하며 현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노력이 관세 인상이라는 새로운 장벽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향후 경쟁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 만만찮은 도전 과제를 안게 됐다.
국내 경제계에서는 ‘바이 아메리카’ 캠페인의 일환으로 일부 경제단체와 기업들이 업무용 차량을 제네시스에서 제너럴모터스(GM)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로 변경했다. 전략적인 배경에서 나온 결정이지만 국내 대표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공감한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국내 자동차 브랜드로서의 자존심과 이미지 측면에서 민감한 이슈인 것은 분명하다.
이번 관세 협상을 통해 국내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 조선업이 주요 역할을 한 것처럼 자동차 산업 역시 철저한 준비와 지원을 통해 국가 경제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 산업 보호 및 육성 사례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중국은 자국 브랜드의 전기차에 높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공공기관 차량 도입 시 중국 브랜드를 우선 구매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자국 시장의 65.2%를 점유하며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인도는 ‘Make in India’ 정책 일환으로 타타, 마힌드라 등 자국 브랜드의 내수 생산분에 대해 세제 감면 및 정부 우선조달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은 자동차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정해 연구개발 지원금, 산업전환기 투자 세제혜택 등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제적 기여도는 결코 작지 않다. 현대차·기아는 국내 제조업 생산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직접 고용 인원만 약 10만 명, 협력사 및 서비스 산업까지 포함한 간접 고용 규모는 수십만 명에 달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커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산업 경쟁력 유지는 결국 국가 경제의 중장기적 발전에 필수적이다.
정부와 경제계는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전략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내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더욱 세심한 협력과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정부와 경제계는 더욱 섬세한 정책적 접근과 협력의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 단기적으로 작은 희생이 불가피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