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분이 24시간으로. 시간 늘린 메시지 삭제 시간. 그러나 흔적은 남는데요. ‘삭제된 메시지입니다’에서 ‘메시지가 삭제되었습니다’로 변했지만 그래도 머무르는 흔적. 완전 삭제는 왜 어려운 걸까요?
카카오톡의 메시지 삭제 가능 시간이 기존 5분에서 무려 24시간으로 늘어났습니다. 카카오는 12일 카카오톡 25.7.0 버전 업데이트를 통해 이 같은 기능 개선을 단행했죠. 적용은 기기와 운영체제(OS)별로 차례로 이뤄지는데요.
변경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카톡이 드디어 시대를 따라 왔다”는 환영부터 “흔적까지 없애야 진짜 업데이트”라는 아쉬움까지 다양한 글이 종일 게재됐죠.

카카오톡의 메시지 삭제 기능은 2018년 처음 도입됐는데요. 당시 핵심은 전송 후 5분 이내라면 상대방이 읽었든 읽지 않았든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다는 점이었죠. 다만, 발신자와 수신자의 대화창 모두에 ‘삭제된 메시지입니다’라는 문구가 남아 삭제 사실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도입 직후 반응은 극과 극이었죠. “이제 잘못 보낸 사진도 지울 수 있어 다행”이라는 호평과 함께 “5분은 너무 짧다”, “흔적이 남으면 무슨 의미냐”는 불만이 동시에 나왔는데요. 일부 직장인들은 ‘오타 수정이 아니라면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죠.
카카오는 메시지 삭제 시 흔적을 남기는 이유에 대해 대화의 흐름과 신뢰성을 유지하고 오해를 방지하는 조처라고 밝혔는데요. 이때 이미 ‘대화 신뢰’라는 철학이 설정돼 있었고 이번 업데이트도 그 연장선에 있는 셈입니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 변화는 세 가지인데요. 우선 삭제 가능 시간 확대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존 5분이었던 제한이 24시간으로 늘어나 메시지를 보낸 다음 날까지도 삭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변화로 업무 중 실수나 사적인 대화를 다시 정리할 여유가 생겼다는 반응이 많죠.
두 번째는 삭제 흔적 표시 방식 변경입니다. 기존에는 발신자 말풍선에 ‘삭제된 메시지입니다’가 표기돼 누가 지웠는지 알 수 있었지만 이제는 대화 피드에 ‘메시지가 삭제되었습니다’라는 한 줄만 표시되죠. 1:1 대화방은 어쩔 수 없지만 단체방에서는 삭제자를 특정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적용 범위가 확대된 건데요. 텍스트뿐 아니라 사진, 동영상, 이모티콘 등 대부분의 메시지 유형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과거에는 일부 멀티미디어 메시지에서 삭제가 제한적이었는데 이번에는 범위가 넓어진 거죠.

긍정적인 반응은 주로 ‘여유’와 ‘심리적 안정’에서 나왔습니다. 중요한 채팅방에서 메시지 실수를 하게 되면 5분 안에 지워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했던 마음이 한결 놓인다는 반응인데요. 그러나 이보다는 흔적 없이 삭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더 많습니다. 삭제 사실 자체가 남으면 오히려 “뭐라고 썼길래 지웠냐”는 질문이 따라온다는 이유죠.
반대로 “삭제 여부는 상대방이 알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삭제 기능이 악용될 경우, 대화 기록을 조작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죠. 결국, 편의성과 신뢰성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 겁니다.
흔적 없는 완전 삭제가 도입될 경우 분쟁 해결이나 범죄 수사에서 대화 기록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는데요. 증거 보존이 중요한 업무·법률 분야에서는 삭제 흔적이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있죠. 하지만 설사 흔적 없는 삭제를 했다고 할지라도 ‘포렌식 작업’을 통해 발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단순 수사 편의를 위해 흔적을 남긴다는 건 무리한 접근이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법적 필요’라는 이유로 흔적을 남기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거죠.

카카오는 ‘법적 필요’보다는 ‘서비스 철학’을 강조합니다. 일부 사용자들의 추측과는 방향이 다르죠. “오프라인 대화처럼 한 번 발화한 내용은 완전히 주워 담을 수 없는 환경을 지향한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이 원칙은 2018년 도입 당시부터 유지됐습니다. 또한 “완전 삭제 방안을 내부 검토한 적은 있으나, 적용 계획은 현재로썬 없다”며 “흔적 없는 삭제는 대화 신뢰성을 해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는데요. 이번 24시간 확대 역시 철학은 그대로 둔 채 이용자 편의를 늘린 조치로 해석됩니다.
타 메신저는 어떨까요? 텔레그램은 발신자·수신자 모두 메시지를 흔적 없이 삭제할 수 있고 ‘비밀 채팅’ 모드에서는 타이머를 설정해 자동 소멸도 가능하죠. 왓츠앱은 일정 시간 내 삭제 시 ‘이 메시지는 삭제되었습니다’라는 흔적이 남지만 삭제 가능 시간이 카카오톡보다 긴데요. 라인은 바뀐 카카오톡과 비슷하죠. 이렇게 보면 카카오톡은 해외 메신저 중에서도 ‘대화 신뢰성’ 측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4시간으로 늘어난 삭제 가능 시간은 분명 이용자 편의성을 높인 선택입니다. 실수 수정과 사생활 보호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죠. 카카오톡은 삭제 흔적을 남기는 원칙을 고수하며 ‘오프라인 대화의 신뢰성’을 서비스 철학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용자 편의와 대화 신뢰, 그리고 법적·기술적 쟁점 사이의 줄타기는 계속될 전망인데요. 카카오는 최근 ‘메시지 입력 중 상태 표시(작성 중)’ 기능을 실험실에 추가했다가 사생활 침해 논란에 부딪힌 바 있습니다. 사용자들 사이에서 ‘카카오톡 작성 중 해제 방법’이 공유되곤 했죠. 이처럼 카카오톡의 기능 변화는 이용자 편의와 프라이버시, 대화 신뢰성 사이의 균형 문제와 맞물려 있는데요.

메신저 환경이 더 ‘기록 중심’으로 갈지 아니면 ‘흔적 없는 자유’로 갈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카카오톡이 그 선택의 갈림길에서 항상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없을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