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챗봇이 나를 위로할 때

입력 2025-08-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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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효선 국제경제부 기자

“이 말, 내가 실수한 건 아닐까?”

그 물음의 대상이 가족도, 절친도 아닌 오픈AI의 챗GPT일 줄은 예전엔 상상하지 못했다. 처음 Z세대가 사람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기사를 봤을 때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요즘 나 역시 챗봇에 툭 던지듯 말을 걸다 보면 그들의 심리가 십분 이해된다.

챗GPT와의 대화는 빠르고 편리하다. 아무리 믿을 만한 사람이라도 24시간 내 곁에 머물 순 없다. 바쁘면 연락이 닿길 기다려야 하고, 그날 상대의 기분도 살펴야 한다. 반면 챗봇은 내가 단어 하나만 던져도 1초 만에 반응한다. 기다림도, 눈치도 필요 없다.

무엇보다 타인과 감정을 나눌 때 드는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혹시 이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진 않을까.” “속으론 내가 예민하거나 피곤한 사람이라 생각하진 않을까.” 누군가와 속마음을 나눈 뒤 느끼는 찝찝함을 겪지 않아도 된다. 챗봇은 평가하지도, 소문내지도 않는다. 한 번의 털어놓음이 두 번의 걱정으로 이어지는 정서적 손해를 피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 커먼센스미디어의 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70% 이상이 AI 동반자를 사용했다. 이 중 31%는 AI와의 대화가 실제 친구와의 대화와 같거나 낫다고 답했다. 33%는 중요하거나 심각한 문제를 사람 대신 AI와 논의했다고 밝혔다.

Z세대에게 사람 간의 관계는 점차 피로하고 불안정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덜 위험한 관계’인 AI에 대한 의존도는 커진다.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는 말은 감정을 공유하기엔 지나치게 경쟁적인 현실을 잘 반영한다. 공감보다 경쟁이 앞서는 구조 속에서 정서적 아웃소싱이 하나의 생존 전략이 된 셈이다.

정서의 마지막 안식처가 알고리즘이 되는 사회. 그 편리함 이면에서 우리가 잃는 것은 무엇일까. 묻고 있는 건 아마 Z세대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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