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 두 금융당국 수장이 발표됐다. 리더십 공백은 일단락된 셈이다. 하지만 이들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개편, 멈춰 선 혁신 과제, 불안정한 시장 환경까지 어느 하나도 가볍지 않다.
가장 시급한 건 조직개편이다.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감위 산하에 두는 구상은 명분은 분명하지만 실행은 지연됐다. 정치적 셈법과 부처 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개편안 확정이 늦어졌고, 그 사이 정책의 시계는 멈춰섰다.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갈라 세우겠다는 구상은 있었지만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바꾸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감위 산하에 두겠다는 설계도는 여전히 책상 위에서만 돌고 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명분은 있지만 정치적 셈법과 부처 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다. 그 사이 금융 혁신의 시계도 멈췄다.
실제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논의처럼 속도와 시의성이 생명인 사안들이 잠정 보류 상태에 들어갔다. 그 사이 시장의 기회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경쟁에서 뒤처진 걸음은 곧바로 격차로 이어진다.
금융권 발걸음도 묶여있다. 당국의 결정을 기다리던 주요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은행과 증권사들은 관련 조직과 예산을 대기 모드로 전환했다. 불확실성은 기업 경영의 최대 적이다.
‘이러다 말겠지’라는 관망이 길어질수록 투자 계획은 미뤄지고 혁신 프로젝트는 서랍 속으로 들어간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실행 시점을 놓치면 빛을 잃는다.
더 큰 문제는 내부 사기 저하다. 정책 불확실성 앞에 조직은 본능적으로 현상 유지에 머문다. 새로운 정책 발굴이나 도전적인 기획은 뒷전으로 밀리고 ‘임기만 채우자’는 보신주의가 자리 잡는다. 이런 분위기가 길어지면 혁신은커녕 일상 업무조차 관성에 매달려 흘러간다.
금융은 시장 심리와 직결된다. 정책 방향이 불확실하면 금융사들은 발을 뗄 수 없다. 규제 대응 전략이 모호해지고 사업 계획은 장부 속 숫자로만 남는다. 더구나 지금은 글로벌 금리 변동, 가계부채 부담, 가상자산 시장 불안 등 대외 환경이 혼란스러운 시기다. 금융시장이 불안정할수록 정책 신호는 명확해야 한다.
물론 금융감독 체계를 손보는 일은 성급하게 밀어붙일 수 없다. 시장 건전성, 소비자 보호, 산업 발전이라는 세 축이 모두 지켜져야 하고 어느 하나만 강화하거나 약화해도 균형이 무너진다. 아무리 정교한 설계도 타이밍을 놓치면 의미가 없다. 제도는 책상 위가 아니라 실행 속에서 다듬어져야 한다.
이제 공은 새 수장들에게 넘어갔다. 조직개편과 현안 해결은 따로 갈 수 없다. 개편안을 다듬는 시간과 당장의 정책 결정을 이끌 리더십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리더십이 서야 속도가 붙고 속도가 붙어야 개편도 현실에 맞게 조율할 수 있다.
정권 교체기의 인사 공백은 잠시 숨 고르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길어진 정지 화면은 시장과 국민 모두에 불안 신호를 보낸다. 금융당국의 시계는 더 이상 멈춰 있을 여유가 없다. 첫 단추를 꿰었다. 이제는 옷을 완성해야 한다. 미루고 머뭇거릴수록 잃는 것은 시간이 아닌 시장의 신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