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총수 총출동
김동관·정기선 등 합류 가능성
조선·반도체·자동차 협력 강화
투자 분야·시기·형태 조율할 듯

12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이번 방미에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동행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이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활발히 사업을 전개 중인 이들 기업인은 관세 협상 타결 과정에서 물밑 교섭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타결된 관세 협상에 따라 미국이 예고했던 대한국 상호관세는 25%에서 15%로 낮아졌다. 자동차 품목관세도 동일하게 완화돼 일본·EU와 같은 조건이 적용된다. 이에 맞춰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LNG·원유 수입을 약속했다. 다만 투자 분야·시기·형태 등 구체적 이행안은 미정으로, 정상회담에서 세부 조율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투자 패키지 중 1500억 달러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에 배정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해군력·조선업 부흥을 국가 전략으로 설정한 만큼, 이번 회담에서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운영 △한국산 함정·상선 우선 공급 △조선 인력 양성 프로그램 등 구체 협력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은 LNG 운반선, 군수함정 등 고부가 선박 기술력을 앞세워 미국 조선산업 재건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다.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반도체·배터리·자동차·바이오 등 전략 산업에 투입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첨단 파운드리·메모리 생산과 연구개발(R&D) 거점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공동개발과 기술 협력도 추진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액공제 요건 충족을 위해 미국 현지 공급망을 확충하고 차세대 배터리 공동 R&D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현대차·기아가 관세 15% 적용으로 미국 시장 가격 부담을 일부 덜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210억 달러(31조 원)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최근 GM과 차량 5종 공동개발에도 합의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현지 생산 확대 △부품·물류·철강 공급망 강화 △미래차·에너지 분야 신기술 협력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는 여전히 50% 고율 관세 부담을 안고 있다. 한국은 관세 인하 또는 쿼터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은 맞교환 조건으로 대미 투자·고용 창출 확대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방산 분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첨단 무기 구매 요구 등 추가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높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K-방산 기업들과 미국 기업과의 협업 속도가 더 빨라 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HD현대는 미국 AI 기반 방산기업 안두릴과 ‘함정 개발 협력을 위한 합의 각서’(MOA)를 체결했고, LIG넥스원과 대한항공도 안두릴과 MOU를 맺은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관세 리스크 완화와 함께 산업별 협력 구조를 장기 전략으로 고도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