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2분기 1조6000억 손실
“한국판 IRA법 논의도 지속돼야”

국내 완성차 업계가 한미 양국이 지난달 합의한 자동차와 부품 관세 15% 적용 시점이 늦어지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 현장에서는 미국향 물량에 여전히 25% 관세가 적용되면서 수천억 원대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재빠른 관세 인하 적용과 함께 세제 지원 등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12일 완성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의 자동차 품목 관세 발효 시점은 다음 달 중순께를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품목 관세 시행 시점과 관련해) 영국은 약 50일이 걸렸다”며 “그보다 길어지거나 짧아질 수 있지만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과 일본 등과 합의한 자동차 관세 인하 적용 시점이 영국의 사례처럼 합의 후 약 50일 전후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1일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동차와 부품에 매겨진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국가별 상호관세는 이미 발효됐지만 품목별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행정 명령이 필요해 시행이 미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달 25일 열릴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행정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완성차 업계는 관세 인하 적용이 늦어지는 데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소 한 달 이상 25% 관세가 유지될수록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올해 2분기 실적에서 미국 관세 영향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액이 각각 8282억 원, 7860억 원으로 약 1조6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한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현대차그룹은 25% 관세 유지 시 한 달 새 약 53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완성차 부품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미국으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대부분이 관세를 국내 본사에서 직접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완성차 기업보다 부품 기업들은 중소·중견 비율이 높고 영업이익률은 제조업 평균에도 미치지 못해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관세 인하 적용 시점을 앞당기고, 중장기적으로는 세제 지원 같은 구조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미국·일본처럼 국내 생산량에 따라 세액을 공제하는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제도 도입으로 국내 공장 유치 확대, 고용 창출, 기술 투자 증가 등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한국판 IRA는 여러 검토를 거쳐야 해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에서는 제외된 상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자동차 및 부품 품목관세가 빠른 시일 내 수출 현장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자동차업계가 국내생산기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 등 정책적인 지원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