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 시장은 기술 진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소비자 선호가 급변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경쟁이 활발하다. 이 때문에 플랫폼 산업에 대해서는 경직된 법적 규제보다는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탄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경쟁당국은 플랫폼 시장에서 ‘가격’을 설정하거나 통제하기보다는 ‘시장의 질서와 규칙’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실제로 주요 배달앱 4사와 관련 업계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매출 규모별 차등 수수료 도입과 수수료 인하(연 2.0~7.8%)에 합의하여 이미 시행 중이다.
이러한 자율협의가 본격 작동하는 시점에 정부가 일방적인 상한제를 강제하는 것은 정책의 타이밍과 일관성 측면 모두에서 부적절할 수 있다. 또한 일단 배달앱 시장에서 수수료 상한제가 실시되면 향후 숙박·렌털·이커머스 등 유사 중개 플랫폼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 전반으로 수수료 상한제와 같은 가격 규제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공정화법에는 입점업체에 ‘단체 구성권’을 보장하고 플랫폼에 ‘성실 협의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헌법에 결사의 자유가 규정돼 있어 별도의 법률이 없더라도 단체 구성이 가능한데 온라인플랫폼법에 별도로 규정할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다.
일부 법안은 협의 요청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는 플랫폼에 대해 과징금, 시정명령, 심지어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협의 요청 내용을 불문하고 무조건 협의에 응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협의에 응해야 성실한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불분명한 규범을 정하고 강력한 처벌 규정을 두는 것은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단체 구성권과 성실 협의 의무는 플랫폼 시장의 성격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근로자에게 인정되는 근로3권에 준하는 권리를 자영업자에게도 확장하는 것은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내 ‘공정화 3법’ 중에서도 종속성이 가장 큰 가맹사업법에만 이 조항이 있으며 대리점법이나 대규모유통업법에는 관련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특히 플랫폼 산업은 멀티호밍이 용이하고 고정비 부담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모든 플랫폼 산업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
또한 플랫폼을 통해 사업을 영위할 의사가 없는 입점업체들이 단체에 포함될 경우 협상 자율성을 저해하고 시장 신뢰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입점업체들이 여러 플랫폼에 입점해 단일한 단체처럼 활동하면서 동일한 요구사항을 제시할 경우, 플랫폼 간 서비스 경쟁이 저해될 수 있다.
플랫폼 산업은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 정부는 이를 기술 혁신과 국민 후생 증진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법은 긍정적 의도를 담고 있지만 실제로는 규제의 역설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플랫폼의 이용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 천만 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의 편익을 희생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를 이유로 외국 플랫폼 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국내 플랫폼 기업만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한국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가격 상한제, 단체 구성권 및 성실 협의 의무와 같은 강력한 규제 수단은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신중히 도입돼야 한다. 글로벌 규제 흐름과 국내 산업 현실을 균형 있게 반영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5년 3월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를 통해 우리나라의 플랫폼 규제 논의에 대해 실증적 분석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이용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는 실효성 있는 규제 설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