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에도 내수 완만한 회복…내년 1.6% 성장"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과 같은 0.8%로 유지했다. 소비여건 개선 및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세에도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KDI는 12일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가 건설투자 부진에 주로 기인해 종전(5월) 전망과 유사한 0.8%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다. 0.8%는 한국은행·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전망치와 같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0%)보다 낮은 수준이다. 내년에는 수출 부진에도 내수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2.0%에서 올해 2월 1.6%, 5월 0.8%로 거듭 하향 조정했다. 정국 불안에 따른 내수 부진과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된 여파다.
KDI는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작년 이후 둔화 흐름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낮은 성장세에 머무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0.2%) 역성장 이후 2분기 0.6%로 반등했지만 전년 대비로 0.5%의 낮은 증가율에 그쳤다.
다만 KDI는 하반기 들어서도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소비심리 회복으로 소비 여건이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고, 통상 여건 악화에도 수출은 반도체 경기 호조세로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먼저 민간소비는 금리 하락세와 소비부양책 등으로 올해 하반기 이후 부진이 완화하면서 올해 1.3%, 내년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포함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반영해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0.2%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설비투자는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금리 하락세, 반도체경기 호조세가 유지되면서 올해 1.8%, 내년 1.6%의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건설투자는 고금리 시기 부진했던 건설수주가 반영되면서 작년(-3.3%)에 이어 올해(-8.1%)에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건설수주 회복이 점차 반영되면서 내년(2.6%)에는 부진이 완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은 미국 관세인상에 따라 작년(6.8%)에 비해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면서 올해 2.1%, 내년 0.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관세 인상의 부정 여파가 올해 하반기 이후 본격화하면서 상품수출은 올해 1.2%, 내년 0.2% 증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올해 상품수출 증가율은 반도체 선제적 수출 효과가 기존 전망에 비해 크게 나타난 점을 반영해 1.6%p 상향 조정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2차 추경은 민간소비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수출은 생각했던 것보다 반도체경기가 더 좋아 성장률 상방 압력으로 각각 작용했다"며 "건설투자는 부진이 점점 완화될 것으로 봤는데 장기화됐다"고 말했다.
경상수지는 반도체경기 호조, 교역조건 개선으로 작년 990억 달러에 이어 올해 1060억 달러, 내년 910억 달러의 대규모 흑자를 예상했다. 소비자물가는 유류세 및 공공요금 인상에도 수요 압력이 낮게 유지되면서 작년 2.3%에서 올해 2.0%, 내년 1.8%로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봤다. 인구구조 변화와 낮은 경제 성장세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작년 16만 명에서 올해 15만 명, 내년 11만 명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주요국 간 통상 갈등 격화는 수출 여건의 주요 하방 리스크로 지목됐다. 미국이 비교적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중국, 브라질, 인도 등과 통상 갈등이 격화하면서 글로벌경기가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있고, 특히 반도체 관세가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우리 수출에도 작지 않은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실장은 "한국에 적용될 미국의 반도체 관세율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가 반도체 수출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가 높아진다면 우리가 생각했던 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