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산재 사망사고, 대통령 불호령이면 해결됩니까?”

입력 2025-08-13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정유정 기자)
(정유정 기자)

“현장에서 사람이 다치고 죽는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고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긴 합니다만, 대통령 불호령이면 해결할 수 있을까요?”

올해 포스코이앤씨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면허 취소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제재 수단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예방 가능했던 사고는 아니었는지 철저히 따져보라”며 “건설면허취소, 공공입찰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했다.

건설업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직접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였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산재 사고는 교통사고 같은 것”이라며 “아무리 기업 입장에서 안전 관리에 돈을 투자하더라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사고가 아예 안 나긴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이 너무 강력해서 깜짝 놀랐다”라며 “현장 상황을 다 알지 못하면서 '한 놈만 걸려봐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과하지 않나”라고 우려했다. 현재 산재 사고는 의지만으로 100% 막을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우리는 최근 사망사고가 없었다”는 단정적 표현도 안 쓴다고 했다. 혹여 다음 사고가 났을 때 더 큰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징벌적 처벌 위주로 접근해서 해결 가능한 사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사고를 일으킨 건설사에게 책임을 묻고 엄벌하는 것도 일부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중대재해를 유발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되면서 사망사고를 낸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방안이 시행됐으나, 사망자 수는 눈에 띄게 줄지는 않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248명이었던 산재 사망자는 2022년 256명, 2023년 244명, 2024년 250명 등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안전은 선언이나 처벌 강화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현장의 위험 요인을 줄이고 예방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게 대통령의 한마디보다 더 강력한 해법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 현장의 인력 고령화와 외국인 노동자 의존, 빠듯한 공사비와 공기 등 구조적인 문제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달러가 움직이면 닭이 화내는 이유?…계란값이 알려준 진실 [에그리씽]
  • 정국ㆍ윈터, 열애설 정황 급속 확산 중⋯소속사는 '침묵'
  • ‘위례선 트램’ 개통 예정에 분양 시장 ‘들썩’...신규 철도 수혜지 어디?
  • 이재명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 62%…취임 6개월 차 역대 세 번째[한국갤럽]
  • 겨울 연금송 올해도…첫눈·크리스마스니까·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해시태그]
  • 대통령실 "정부·ARM MOU 체결…반도체 설계 인력 1400명 양성" [종합]
  • ‘불수능’서 만점 받은 왕정건 군 “요령 없이 매일 공부했어요”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6,835,000
    • -1.27%
    • 이더리움
    • 4,676,000
    • -1.27%
    • 비트코인 캐시
    • 853,500
    • -1.84%
    • 리플
    • 3,089
    • -4.07%
    • 솔라나
    • 205,300
    • -3.66%
    • 에이다
    • 650
    • -2.69%
    • 트론
    • 427
    • +2.64%
    • 스텔라루멘
    • 374
    • -1.06%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900
    • -0.87%
    • 체인링크
    • 21,130
    • -2.58%
    • 샌드박스
    • 219
    • -3.5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