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희건설이 중대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뿌리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데다 '김건희 특검팀'으로부터 압수 수색을 받으면서 사법리스크까지 확대되고 있어서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은 지난달부터 지역주택조합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점검을 하고 있다. 거짓·과장 광고, 조합 운영상 부조리, 계약 과정에서의 불공정 여부 등에 관해 이달 말까지 조사가 진행되며 불법·부당행위가 적발되면 시정 요구, 과태료 부과는 물론이고 필요하면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역주택조합 제도와 운영상의 문제점을 조사한 뒤 대대적인 제도 개선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1980년 제도가 도입된 지 45년 만에 대수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지역주택조합 제도의 존폐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국회에서 논의해 이 사업에 대한 존폐를 고민해주시면 사기에 가까운 것들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주택조합제도가 사라지거나 대대적으로 바뀐다면 서희건설은 직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사실상 사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서희건설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매출에서 건축이 차지하는 비중은 89.22%다. 총 1조4736억 원 중 1조3147억 원을 건축에서 벌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매출의 90% 안팎이 건축에서 나왔다. 서희건설 사업보고서에는 건축 매출의 주요 원천이 지역주택조합 도급공사라고 적혀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서희건설의 수주잔고 가운데 98%가 민간주택이다.
1994년 건설업을 시작한 서희건설은 2013년부터 지역주택조합사업을 본격적으로 수주했고 관련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시공능력평가순위가 2019년 38위에서 올해 16위로 빠르게 상승했다. 2015년 1조 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2022년부터 1조4000억 원대로 올라섰다.
서희건설은 지역주택조합 제도 개선과 별개로 다른 문제들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 공정위는 서희건설의 하도급법 위반행위를 확인하고 경고 조치했다. 2022년 2월부터 작년 7월까지 하도급 대금 총 1억126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경기도 용인시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지역주택조합 비리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달 검찰은 이 조합의 비리 사건과 관련해 전직 조합장과 서희건설 부사장 등 5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희건설 부사장은 전 조합장에게 공사비 385억 원을 증액해주는 대가로 25억 원을 주기로 약속하고 실제로 13억7500만 원을 넘긴 혐의가 있다. 실제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분은 142억 원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특검 수사란 리스크까지 더해지게 됐다. 김건희 여사의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른바 '나토 목걸이 의혹'과 관련해 전날 서희건설을 압수수색 했고 오늘 목걸이를 전달했다는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서희건설 측이 김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를 선물하면서 인사 청탁을 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희건설 회장의 사위가 2022년 6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된 사실과 연관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김 여사가 착용한 고가의 목걸이와 같은 모델을 서희건설 측이 그해 3월 구매한 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진행 중이던 사업들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부정적 이슈가 계속되다 보면 신규 수주에는 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서희건설은 지역주택조합 건설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라 관련 제도가 사라지는 수준이 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