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빈 방문으로, 베트남 서열 1위인 당 서기장 방한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이날 양국 정상은 "올해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2030년까지 교역 규모를 1500억 달러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선언하고, '한-베트남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본격 닻을 올렸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이날 "또 럼 서기장과 세계질서 변화에 실용적으로 대처하는 글로벌 책임 강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과 2045년 고소득 선진국 진입을 추구하는 베트남 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양국 정상은 이번 성명 채택을 통해 양국 간 협력을 더욱 전방위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베트남 정부가 계획하는 것처럼 조속한 시간 안에 고소득 선진국가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면서 "베트남이 경제적으로 본다면 세 번째 무역 국가라서 우리 대한민국으로서도 베트남의 성장 발전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베트남은 아주 위대한 국민의 위대한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근세사를 돌아보더라도 외국군대와 싸워서 이겨낸, 그리고 통일을 이뤄낸 저력 있는 국가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베트남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서 세계 중심 국가의 하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또 럼 서기장은 "한국 신정부 출범 이후 첫 국빈으로 초청받아 영광"이라며 "이 대통령의 전략적 비전으로 한국이 새로운 한강 기적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한국은 베트남에서 직접투자와 관광 분야 1위, 개발협력 분야 2위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파트너"라며 "양국의 협력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진취적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실질적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양 정상은 '양국 간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또 양국 협력을 위한 10개 양해각서(MOU)도 교환했다.
먼저 양 정상은 외교·안보·국방 분야에서 고위급 교류 확대와 전략적 소통 강화를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요청했고, 또 럼 서기장은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베트남이 2027년 푸꾸옥에서 개최하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경제 분야에서 양국은 교역 규모를 2030년까지 150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하고, 전략적 중요성이 큰 원전, 고속철도, 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인프라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우수한 기술력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협력 사례가 도출되길 기대한다"면서 "이번에 양국이 체결한 '원전분야 인력양성 협력 MOU(양해각서)'가 향후 다양한 원전 분야로 양국이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양국은 베트남의 풍부한 희토류 자원과 한국의 기술을 결합해 핵심 광물 분야에서도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조성되는 한-베트남 핵심광물 공급망 센터를 중심으로 핵심 광물의 수급·가공·활용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첨단·과학기술·재생에너지·핵심광물 분야에서도 협력 지평을 넓힌다.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AI·바이오·에너지 등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개발 협력을 확대한다. 희토류 등 핵심광물 분야에서는 공급망센터를 중심으로 수급·가공·활용 전 단계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협력 MOU'도 체결했다.
인적·문화 교류에서는 연간 500만 명 규모의 인적교류와 10만 가구에 달하는 다문화가정을 양국 관계의 가교로 평가하고, 재외국민·다문화가정의 안정적 체류와 복리 증진을 위한 구체적 지원에 나선다. 저작권·저작인접권 교류협력 MOU를 통해 문화콘텐츠 분야 협력도 강화한다.
양국은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베트남 측은 한국 정부의 대화·협력 재개 노력을 환영하며 한반도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APEC·유엔 등 다자무대에서도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한편, 이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후 6시30분 럼 서기장을 초청해 국빈 만찬을 열 예정이다. 만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비롯한 경제단체장·기업인들이 다수 참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