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16년부터 시행해온 외국인 관광객 대상 미용·성형 부가가치세 환급 제도가 올해 말 종료된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인 117만 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한 K-의료관광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5년 세제개편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성형수술·피부미용 등 미용성형 의료용역을 받을 때 부담한 부가세를 환급해주는 조세특례를 올해 말 종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은 2009년 본격화됐다. 첫해 6만여 명이던 환자 수는 2019년 49만7000여 명까지 늘었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감했다가 엔데믹 전환 이후 반등했다. 2024년에는 117만 명으로 전년 대비 93.2% 증가하며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중 피부과·성형외과 환자가 84만 명 이상(68%)을 차지했다.
미용·성형 분야 비중이 높은 만큼 환급 제도 종료는 외국인 환자 유치에 직격탄이 될 수 있고, 이에 따른 일자리와 부가가치 등 경제적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산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외국인 환자의 국내 의료관광 지출 규모는 7조5039억 원에 달했다. 이로 인한 직·간접 국내 생산 유발액은 13조8569억 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6조2078억 원으로 추정된다. 관련 일자리도 14만 명 이상이 창출됐다.
의료계와 관련 산업계는 제도 유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인은 “수백억 원의 부가세 환수를 위해 수십조 원의 부가적인 경제효과를 포기하는 셈”이라며 “제도 폐지 후 불법 브로커 부활, 세금 탈루, 의료시장 신뢰도 하락 등 부작용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는 한 병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부가세 환급 제도는 K-의료관광의 투명성을 보장해줬다. 세금 환급(tax refund)을 통해 고객이 낸 금액이 에이전트에 제공한 금액이 같은 것을 확인해 시장 투명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과거 현금으로 줄 테니 리베이트를 달라는 유혹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로 돌아가게 될 것이 자명하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한국 미용성형 시장에서는 불법 에이전트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K-의료관광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당분간은 제도를 유지해달라”고 촉구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부가세 환급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외국인 환자에게 핵심 유인책”이라며 “폐지 시 비용 경쟁력이 사라져 경쟁국으로 환자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영국의 2021년 외국인 관광객 쇼핑 면세 환급 폐지 사례를 언급하며 “런던은 ‘쇼핑 1번지’ 명성을 잃고 소비가 파리·밀라노로 이동했다. 의료관광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의료관광 경쟁 국가는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환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은 하이난을 중심으로 의료관광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해외로 유출되는 의료관광 수요를 끌어오기 위해 연간 41만 명 수준인 의료관광객을 2027년까지 150만 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매년 40종 이상의 국제 혁신 의약품·의료기기를 도입하고, 2~4개 시범제품의 현지 출시를 지원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올해 상반기까지도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이 호조를 보였지만, 갑작스러운 부가세 환급 종료는 환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태국 등 경쟁국이 정부 주도로 유치 사업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악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