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식 자금 지원 맞나” 의견차 드러내
여수산단, LG화학 롯데케미칼 일부 가동 중단 등 위기

DL그룹이 추가 자금 수혈을 결정하면서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가 부도 위기를 넘기게 됐다.
11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DL케미칼은 이날 오전 긴급이사회를 열어 2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모기업인 DL그룹도 오후 이사회에서 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DL그룹과 DL㈜이 DL케미칼 주식 2000억 원 어치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DL그룹이 1788억 원, DL㈜이 나머지를 조달한다. DL측은 “여천NCC가 처음 요청한 자금은 한화와 DL 각각 1000억 원 이상씩이었다. 1500억 원은 한화가 제시한 금액”이라면서 “2000억 원이 모두 여천NCC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DL은 입장문을 내 “여천NCC의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여천NCC의 제대로 된 정상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DL은 “여천NCC에 대한 정확한 경영 진단 없이, 묻지마 식 자금 지원이 주주와 경영진으로서 올바른 판단인지 의문”이라면서 한화솔루션과의 갈등의 불씨는 남겼다.
여천NCC는 1994년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통합해 설립됐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으로 한때 연간 3000억 원에서 1조 원대 이익을 내는 등 국가 기간산업 핵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20년대부터 본격화된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 직격탄을 맞았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497억 원을 냈다.
앞서 3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각각 1000억 원씩 여천NCC에 증자를 진행했다. 이후 6월 여천NCC는 또다시 양측에 1500억 원씩 총 3000억 원의 증자 또는 자금 대여를 요청했다. 이에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TF팀을 꾸리고 자금 지원을 논의해왔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말 DL케미칼에 여천NCC에 1500억 원씩을 추가 출자하자고 제안했다.
한화그룹은 유상증자와 자산 유동화, 산업은행 외화 보증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DL그룹은 자구책 없이 여천NCC에 증자할 수 없다면서 견해차를 드러냈다. 합작 계약 상 증자나 자금 대여는 한쪽 주주의 단독 결정으로는 불가능하다. 자금 지원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8일부터 여천NCC 여수 3공장이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가동 중단에 돌입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추가 자금 수혈에 난색을 표한 DL이 입장을 바꾼 것은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우려하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DL은 여천NCC가 3월 증자 요구 당시, 연말까지 현금 흐름에 문제가 없다고 했었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 자금 투입에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DL케미칼은 여천NCC 핵심 제품인 에틸렌을 두고도 한화가 저가로 물량을 공급 받으며 손해를 끼쳤다면서 이를 문제 삼아왔다.
여천NCC는 자금 수혈로 위기를 넘겼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여수산단에서는 지난해 5월 LG화학 SM(스티렌모노머) 공장, 지난해 12월 롯데케미칼 2공장이 일부 가동을 중단했다. 여수산단 입주업체 직원들이 여수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2% 달한다. 국내 4대 석유화학 기업(롯데케미칼·LG화학·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의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손실은 4762억 원으로 집계되면서 1년 전에 보다 7배가 늘었다. 정부는 석화 산업 구조개편 지원책을 고심 중이지만 발표 일자는 미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