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신형 XC90·BYD 씰·푸조 3008 등

수입차 업계가 한국 시장을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신차를 한국에 출시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내 소비자 공략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11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지난달 선보인 신형 XC90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9900만 원에 출시됐다. 미국(1억700만 원), 일본(1억1200만 원), 영국(1억430만 원) 등 주요 시장과 비교하면 수백만 원 이상 저렴하다.
스텔란티스코리아의 푸조 브랜드 역시 같은 달 ‘올 뉴 하이브리드 3008’을 출시하면서 GT 트림 가격을 2017년 2세대 모델과 동일한 4990만 원으로 책정했다. 환율 상승과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8년 전과 같은 가격으로 출시한 것은 파격적인 행보로 꼽힌다.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BYD는 중형 전기 세단 ‘씰’을 일본보다 990만 원 저렴한 4690만 원에 내놨다. 호주보다는 약 790만 원 낮게 가격을 책정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BYD가 한국 시장에서는 최저가 수준으로 가격을 적용한 셈이다.
수입차 업계는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높은 품질과 함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수입차 점유율 상위권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이 가격 인하를 포함한 특단의 조치를 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는 신형 XC90 출시 당시 “신차 출시를 앞두고 가격을 책정하는 데 있어 이번처럼 어려웠던 적은 처음”이라며 “한국 시장이 가진 중요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글로벌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도 “본사와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간절함을 담은 협박까지 마다하지 않았다”며 “국내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었다.

이같은 업계의 행보는 단기적인 판매 증대 효과뿐 아니라 장기적인 국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분석된다. 실제로 한국은 최근 30년간 수입차 시장이 38배 성장한 곳으로 꼽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수입차 시장의 연간 등록 대수는 1995년 6921대에서 2024년 26만3288대로 38배 이상 증가했고, 시장 점유율은 0.6%에서 18.3%까지 확대됐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소비자 안목이 높고 프리미엄 브랜드 충성도가 강해 한 번 고객을 확보하면 장기적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곳으로 꼽힌다”며 “한국 시장을 선점해야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