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외쳐 조선! 외쳐 대한민국!

입력 2025-08-11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동선 에디터 겸 사회경제부장
▲김동선 에디터 겸 사회경제부장
시조(時調)가 국가 이념인 가상의 조선, 백성들은 저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시조에 담아 가락을 읊조리고 장단에 맞춰 애환을 표출한다. ‘표현 자유’가 살아있던 나라에 어느 날 ‘시조 금지령’이 내린다. 시조가 사라진 시조의 나라에서 백성들은 그림자가 되고 ‘뼈까지 빛난다’는 ‘골빈당’이 그들의 애환을 보듬고 저항한다.

여름휴가 끝자락에 ‘내돈내산’하여 간만에 본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주요 내용이다. 2019년 초연돼 6년째 무대에 오른 창작 뮤지컬이다. 제목만 들으면 ‘이게 뭔가’ 싶었는데 무심코 접한 작품이 발군이다. 시조가 랩이 되고 가락에 힙합이 얹혀지고 장단에 브래이크댄스가 어우러지는 그야말로 전통과 현대의 환상의 컬래버레이션이 흥을 돋운다.

객석에는 간간이 외국인도 눈에 띄었는데 “오예오” 장단에 무대와 객석이 하나되는 데는 내외국인의 구분이 필요없을 듯 싶다. 때마침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다음 달 뮤지컬의 본고장인 영국 웨스트엔드에 초청돼 특별공연을 펼친다. K뮤지컬의 진가를 또 한번 발휘한 것이다. ‘케이팝 데먼 헌터스’, ‘어쩌면 해피엔딩’ 등과 함께 한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에 문화적 자긍심을 가져도 될만하다.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은 수출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따르면 한류로 인한 총 수출액은 매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151억8300만 달러, 우리돈 21조 원을 넘었다. 한류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도 37조6195억 원으로, 2023년 대비 10.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K컬처가 위상을 드높이는 와중에 비문화, 반문화적인 현실에선 씁쓸해진다. 그래서 때론 현실이 더 극적인가 보다.

공교롭게도 뮤지컬을 보던 날, 또다른 방법으로 저항한 사람이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구치소에서 이른바 ‘속옷 저항’을 한 것이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망신주기라고 강변하지만 한때 최고권력자의 모습이라기엔 민망할 뿐이다. 그의 조사 거부는 민중의 저항과는 결이 달라도 한참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직 대통령의 민망한 저항에 부끄러움은 국민 몫으로 남는다.

윤 전 대통령의 특검 조사 거부에 국민들은 그 거부를 거부하고 있다. 최근 급전직하로 추락하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그 반증이다. 지난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6%까지 떨어져 내리막세가 멈추지 않았다. 특히 텃밭이라는 대구·경북(TK)에서도 더불어민주당(37%)에 크게 밀린 23%에 그쳤다. 성찰과 반성도 없는 모습에 경고장인 셈이다.

특검에 공개 출석해 조사를 받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 여부도 빠르면 12일 결정된다. 김 여사가 구속될 경우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부부의 동반 구속이라는 오점을 남긴다. 두 사람이 3대 특검으로부터 받는 혐의는 내란특검 11건, 김건희특검 16건, 채상병특검 8건 등 총 35건에 달한다.

혐의 하나하나가 모두 위중한데 훗날 작금의 현실을 극화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나름 흥미로운 서사를 갖췄다. 스타 검사의 러브스토리, 야사에나 나올법한 무속인의 그림자, 권력 최정점에서 스스로 자초한 몰락까지 흥행 요소는 대하 드라마급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역사는 야사가 아닌 정사로 남는다. 동시대인이라면 반듯한 대한민국을 후손에 물려줄 의무가 있고 지도자라면 그 책임이 더 크다. 다양성이 존중받고 문화는 융성하되 표현 자유는 훼손되선 안된다. 그렇게 문화강국으로 자리잡을 때 우리는 ‘외쳐, 조선!’ 대신 또 한번 외칠 것이다. “외쳐, 대한민국!”

김동선 에디터 겸 사회경제부장 matthew@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달러가 움직이면 닭이 화내는 이유?…계란값이 알려준 진실 [에그리씽]
  • 정국ㆍ윈터, 열애설 정황 급속 확산 중⋯소속사는 '침묵'
  • ‘위례선 트램’ 개통 예정에 분양 시장 ‘들썩’...신규 철도 수혜지 어디?
  • 이재명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 62%…취임 6개월 차 역대 세 번째[한국갤럽]
  • 환율 급등에 증권사 외환거래 실적 ‘와르르’
  • 조세호·박나래·조진웅, 하룻밤 새 터진 의혹들
  • ‘불수능’서 만점 받은 왕정건 군 “요령 없이 매일 공부했어요”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6,900,000
    • -1.03%
    • 이더리움
    • 4,702,000
    • -0.76%
    • 비트코인 캐시
    • 852,000
    • -3.4%
    • 리플
    • 3,102
    • -4.23%
    • 솔라나
    • 205,600
    • -3.56%
    • 에이다
    • 650
    • -2.4%
    • 트론
    • 425
    • +2.16%
    • 스텔라루멘
    • 374
    • -2.09%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760
    • -1.88%
    • 체인링크
    • 21,080
    • -1.4%
    • 샌드박스
    • 221
    • -2.6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