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력자급률·송전비용·소득계층별 영향 반영한 다변수 시뮬레이션
2026년 시행 목표…사회적 합의·설계 완성도 따라 시점 조정 가능성

정부와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지역차등제 도입을 위한 설계와 검증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제도는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간 공급원가 차이를 반영해 권역별로 다른 요금을 책정하는 것이 핵심으로, 시행 시 전력시장 구조와 요금 체계 전반의 변화가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도권·비수도권·제주 ‘3분할’ 구상을 기본으로 전력자급률, 송전망 부담, 발전원 구성비 등을 고려한 세분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권역 설정과 요금 산정 방식은 소비자 수용성, 지역 형평성, 산업 경쟁력에 직결되는 만큼 전국 공청회, 전문가 토론회, 지자체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역별 전력자급률(2023년 기준 경북 216%, 충남 214%, 서울 10% 등) △송전거리·손실률 △발전원별 단가와 안정성 △계절·기후별 수요 패턴 △소득계층별 요금 부담 비중 등을 반영한 다변수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이차전지 공장 등 전력다소비 산업의 입지 변화 가능성도 장기 시뮬레이션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산업용·가정용·일반용 부문별 차등 적용 시 경제성, 송전망 투자 회수, 에너지 효율 유도 효과 등도 함께 평가해 정책 효과와 부작용 등도 점검하고 있다.

정책 논의는 산업계와 지역사회로 확산하고 있다. 발전소가 있는 일부 지자체와 산업단지는 요금 인하를 통한 투자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반면, 전력 수요가 많은 수도권·서부권 산업계는 전기료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한다. 특히 반도체·정유·화학 등 글로벌 경쟁업종에서는 입지 기반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부와 한전은 해외 사례도 분석 중이다. 스웨덴은 2011년 권역별 도매가격제를 도입해 발전지 산업 활성화와 수요 관리에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지만, 영국은 요금 격차 확대와 투자 불확실성 우려로 3년 논의 끝에 제도 도입을 철회했다. 두 기관은 이런 상반된 경험을 설계 과정에 반영해 초기 갈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당초 2026년 시행을 목표로 하지만, 사회적 합의 수준과 설계 완성도에 따라 올해 일부 권역에서 시범 적용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의 제도 설계와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권역 구분과 요금 산정은 소비자 수용성과 산업 경쟁력, 지역 형평성을 균형 있게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