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휴가철 이후 탄력 전망
KAI 인수설도 고개

한 달 넘게 수장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사장 선임 절차가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4~8일 여름휴가 기간을 마친 KAI는 신임 사장 선임 관련 논의를 조만간 본격화할 예정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사장 선임 움직임이 휴가철을 기점으로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강구영 전 KAI 사장은 지난달 1일 임기를 약 3개월 남겨두고 조기 사임했다. 이후 차재병 KAI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어 사실상 한 달 넘게 수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강 사장의 사임 직후 유력 후보가 하마평에 오르며 업계 관심이 집중되는 듯했으나, 정부 조직개편 작업 속도가 더뎌지면서 KAI 사장 인선 논의도 흐지부지됐다. KAI는 한국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 자리한 만큼 정부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정치권 움직임에 따라 논의가 진척된다. 정권 교체기마다 사장이 바뀌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여름휴가(4~8일)를 마치고 주말부터 업무에 복귀함에 따라, 정부가 장관 인선 등 조직 정비를 서두르면 KAI 사장 인선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이 퇴임으로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된 만큼, 향후 한국수출입은행장 임명과 방위사업청장의 유임 여부 등 핵심 인사가 마무리되면 KAI도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사장 후보 추천을 위한 절차가 연이어 이뤄질 수 있다.
신임 사장으로는 군 출신이 아닌 민간 인사가 낙점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KAI 내부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와 민간 주도의 항공우주산업 확대 기조 등을 반영하면 군 출신이었던 강 전 사장과 반대 상황의 인물이 유력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마평에 오른 후보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방위사업청장을 지낸 강은호 전북대 교수와 류광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다. KAI 노동조합은 이 중 문 전 장관을 적임자로 꼽고 있다. 항공 분야 실무 경험은 부족하지만, 산업부와 방사청 등 공직 경험을 통해 정부와 산업계 네트워크가 탄탄할 것이란 점에서 ‘현실적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사장 교체기가 도래하면서 KAI 인수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방산기업이 KAI를 인수해 완전한 민영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는 분위기다. 한화그룹이 KAI를 인수할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육·해·공’방산 완전체를 이뤄낼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경우 영국 BAE시스템처럼 대표 종합방산기업으로 도약하려 하는데 항공 분야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KAI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LIG넥스원의 KAI인수설도 거론된다.
다만 방산업계에선 KAI 실적이 견조하고 업황이 호황을 맞은 만큼 인수 가격을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