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데이터·서비스까지…국내 ‘완전체’ 컨소시엄 구축
텍스트·이미지·음성·영상 아우르는 ‘옴니모달’ 기술 적용
AI 비서부터 게임·모빌리티까지 대국민 서비스로 확장

SK텔레콤이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초거대 인공지능(AI) 경쟁에 본격 뛰어든다. 5000억 매개변수(500B) 규모의 신형 AI 모델을 연내 선보이며, 텍스트·이미지·음성·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는 ‘옴니모달(Omni-Modal)’ 기술로 글로벌 톱티어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 목표다.
조동연 SK텔레콤 이노베이티브모델 담당은 7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A.X 4.0과 3.1 등 자체 개발 모델이 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며 “정부 성능 목표인 ‘글로벌 톱티어 모델의 95%’는 하한선이고, 그 이상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SKT는 KT의 ‘믿음’과 함께 통신사 맞대결 구도를 형성했지만, 축적된 기술력과 모델 내재화를 앞세워 1강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 모델은 전체 매개변수 중 일부만 활성화하는 효율적 추론 구조를 채택해 대규모 모델임에도 경량·고속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조 담당은 “500B라는 숫자가 커 보이지만, 실제로 활성화되는 매개변수는 일부”라며 “큰 규모의 모델은 단기간에 완성할 수 없고, 그동안 기술을 내재화하며 쌓아온 경험이 심사에서도 높게 평가됐다”고 말했다.

SKT 컨소시엄은 반도체·모델·데이터·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AI’ 구현을 내세운다. 국내 최대 게임사 크래프톤, 모빌리티 AI 전문기업 42dot, 추론형 AI 반도체(NPU) 제작사 리벨리온, 전문 지식 검색 특화 AI 에이전트 라이너, 데이터 안정성 확보 기술을 보유한 셀렉트스타 등이 참여했다. 서울대와 카이스트는 선행연구를 맡는다. 조 담당은 “모델·반도체·데이터·서비스 전 분야를 한꺼번에 고려한 완전체 구성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적용 계획도 구체적이다. SK텔레콤의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에 고도화된 LLM을 접목해 맞춤형 서비스를 구현하거나 크래프톤의 글로벌 게임 및 현대차·기아의 모빌리티 서비스에 AI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는 “서비스가 덜컥거리지 않고, 이용자가 편하게 쓸 수 있는지가 승부처”라고 했다.
소버린 AI(국가 주권형 AI)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조 담당은 “기술을 외부에서 가져다 쓰는 것과 직접 만들어보는 것은 차이가 크다”며 “특히 대규모 서비스에서는 운영 비용에서 격차가 크기 때문에 경제성과 기술 자립을 위해서도 필수”라고 말했다. 협력은 하되, 독자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AI 산업의 변화를 회상하며 “20년 전에는 제안서에 AI라는 단어를 넣으면 탈락할 정도였다. 거짓말로 여겨졌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고, 한국이 아직 늦지 않았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기술 개발 붐이 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3개월간 개발 기간을 설정했다. 조 담당은 “시간이 빠듯하지만 리소스와 데이터, 모델 규모를 감안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글로벌 AI 경쟁에서 기술 주도권을 강화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성과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