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패션ㆍ뷰티ㆍ푸드 '성지순례' 인기
팝업스토어 등 기업 진출도 잇달아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은 가운데 한국·일본 MZ세대가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는 소비 문화가 확산하면서 양국 소비재 시장의 경계도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일본 MZ세대는 K패션과 K뷰티, K푸드를 체험하기 위해 일본 내 팝업스토어(팝업)를 찾거나, 한국행을 결정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한국 MZ세대도 일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 스시·말차 등 일본 상품을 부담 없이 즐기며 ‘국경 없는 소비’를 일상화하고 있다.
12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일본 방문객 수는 162만 명으로 작년보다 13.9% 증가했다. 방한(訪韓) 외국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넷플릭스 등을 통해 K팝과 K드라마에 푹 빠진 일본 MZ세대는 현지 팝업에서 잠시 경험했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접한 한국 먹거리와 제품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나홀로 혹은 2~3인의 개별 여행으로 서울 성수동, 홍대, 한남동 등 패션·뷰티 성지를 주로 찾고 있다. 무신사, CJ올리브영이 가장 수혜를 보고 있다. 환율 변화도 이들의 한국행을 이끄는 요인이다. 한때 100엔당 800원대로 저평가된 엔화 가격이 최근 900원대 중반으로 회복하면서 일본인들의 한국 여행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덜해졌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증가세는 꾸준하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방일(訪日) 한국인 수는 사상 최대였고, 올해 5월 방일 외국인 중에서도 한국인이 가장 많았다. 과거 ‘노 재팬(No Japan, 일본 불매 운동)’으로 단절됐던 한일 교류가 회복된 데다, 정치·이념보다 실용과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양국 소비 시장을 주도한 영향이 크다.
일본 대표 SPA 브랜드 '유니클로' 매장 수 변화가 이를 보여준다. 노 재팬 당시 유니클로 매장은 잇달아 철수했고 매출도 급격히 꺾였으나, 올해 들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매장 수도 회복하고 있다. 일본에서 유행하던 가챠샵(뽑기샵)이 한국 쇼핑가 일대를 장악하고 있다. 개성 있는 패션과 화장법으로 일본인들도 이제 K패션 브랜드를 입거나, K뷰티 셀럽의 화장법을 따라하는 양상이다.
이에 힘입어 한국 기업의 일본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고하우스 패션 브랜드 '마뗑킴'은 무신사와 손잡고 일본 도쿄에 현지 첫 매장을 열었다. 아모레퍼시픽 '라네즈'과 LG생활건강 'VDL'도 최근 도쿄에 팝업을 진행했는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K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는 도쿄 시부야에 낸 첫 일본 매장 성과를 바탕으로 추가 출점을 타진 중이며, 카페 프랜차이즈 '할리스'도 오사카 1호점에 이어 2호점을 열었다.
일본 기업의 한국 공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대표 편집숍 브랜드 '빔스'가 올 초 서울에 팝업을 열었는데, 아침부터 수백 명의 손님들이 몰렸다.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도 GS리테일과 함께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지하 1층에서 팝업을 열고 큰 관심을 끌었다. 일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언더커버'와 'Y3'도 이달 말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첫 한국 매장을 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