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부동산 대출 규제 무풍지대…탈세 수법, 내국인보다 정교해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틈을 타 외국인들이 서울 강남 등 고가 아파트를 사들이며 세금은 피하고 수익은 챙긴 정황이 포착됐다. 국세청은 국내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편법 증여와 소득 탈루, 임대소득 누락 등 조직적인 탈세 혐의가 드러난 외국인 49명을 상대로 세정의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외국인의 아파트 취득·보유·임대·양도 전 과정을 정밀 분석한 결과,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과세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다수의 사례를 포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외국인의 국내 아파트 취득은 최근 3년간 꾸준히 늘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4월까지 외국인이 국내에서 취득한 아파트는 총 2만6244채, 거래금액은 7조973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수도권 아파트 비중은 건수 기준 61.8%(1만6227건), 금액 기준 81%(6조4616억 원)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에서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 집중됐으며, 강남3구 매입자의 59%는 실제 거주지와 물건지가 일치하지 않아 실거주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수도권을 포함한 내국인 대상 대출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 의무 전입 조건 등 ‘6.27 대출 규제’가 적용되며,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은 자국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국내 대출 규제를 우회할 수 있어 부동산 정책 효과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자 49명은 △편법증여(16명) △사업소득 탈루(20명) △임대소득 누락(13명) 등으로 유형화됐다. 이들은 주로 해외계좌, 가상자산, 차명계좌 등을 활용해 과세당국의 감시를 교묘히 피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편법증여 유형 중에는 고액 급여를 받은 뒤 이를 신고하지 않고, 배우자에게서 받은 자금까지 합쳐 서울 고가 아파트를 구입한 사례가 있었다. 또 한 외국인은 소득원이 없음에도 아버지로부터 분양전환권을 무상 승계받아 고가 아파트를 취득했다. 보증금 납부와 관련한 증여세 신고도 누락됐다.
사업소득 탈루 사례로는 무등록 화장품 판매업을 운영하며 수십억 원대 현금 매출을 신고하지 않은 외국인, 해외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법인자금을 유출한 뒤 국내로 반입해 부동산을 구입한 외국인도 포함됐다. 일부는 기업 명의로 받은 대출금을 사주 개인의 아파트 취득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출 규제를 우회했다.
임대소득 누락 사례도 적지 않다. 한 외국인은 강남권 고급 아파트를 취득해 외국계 법인 주재원에게 임대하면서도 주택임대업 등록을 누락하고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자신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와 허위 양도계약을 체결해 다주택자임에도 1주택자로 위장하고, 소형주택 임대소득 감면 혜택까지 받았다.

국세청은 국토교통부 등 국내 유관기관은 물론 해외 과세당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국내 부동산을 이용하여 불법과 탈세를 일삼는 외국인 탈세자에 대해 강력히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외국인의 아파트 취득·보유·양도 과정을 내국인과 동일하게 검증하겠다"며 "금융계좌 추적과 포렌식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금 출처를 끝까지 추적하고, 악의적 탈루는 수사기관에 통보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거주 외국인에게 주택임대소득 세제 혜택을 배제하고, 세대원 등록을 의무화해 세대 기준 과세가 가능하도록 관계부처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