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신항에 입항한 남미발 컨테이너선에서 600㎏에 달하는 코카인이 적발돼 역대 최대 규모의 마약 압수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수사 결과 국내와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른바 '경유형 국제 밀수 루트'의 실체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산지검과 부산세관은 6일 합동 브리핑을 열고 지난 5월 10일 부산신항에 도착한 컨테이너선 A호에서 적발한 코카인 실물을
공개했다. A호는 중남미와 중국을 오가는 9만5390t급 정기 화물선으로, 적재된 빈 컨테이너 내부에서 정체불명의 백색 꾸러미 12개가 발견됐다.
압수된 코카인은 1㎏ 포장 50개 단위로 구성된 꾸러미 12개, 총 600㎏ 분량이다. 이는 2000만명 동시 투약 분량, 시가 약 3000억원에 달한다. 부산항에서 적발된 마약 중 단일 적발량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단속은 미국 마약단속국(DEA)으로부터 제공받은 정보에 기반했다.
부산세관은 5월 9일 우범 컨테이너 관련 정보를 넘겨받은 뒤 선박 추적을 벌였고, 애초 우범 대상으로 지목된 컨테이너가 다른 선박이 아닌 A호에 실려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해당 컨테이너는 원래 부산에서 하역될 예정이 없던 화물이었다.
그러나 10일 오전, 세관이 차량형 X-ray 검색기(ZBV)를 활용해 비접촉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이상 음영이 나타나, 현장 개봉 끝에 밀반입 코카인을 적발했다.
GPS 발신기 등은 없었고, 코카인은 모두 방수 포장 상태였다. 부산세관 분석실은 적발 후 8시간 만에 정밀분석을 통해 해당 물질이 코카인임을 최종 확인했다.
부산지검은 이후 국내 연루 가능성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A호의 선장과 선원 등 27명 전원을 소환조사하고, 휴대전화도 포렌식 분석했으나 특이점은 없었다.
또한 해당 컨테이너선은 승무원이 물리적으로 컨테이너에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였으며, 컨테이너와 포장재에서 채취한 137점의 지문도 국내 인물과 일치하지 않았다. 수중 드론까지 동원해 선박 내외부를 정밀 수색했지만, 문제의 화물에 접근한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코카인은 중남미에서 선적돼 제3국에서 회수될 예정이었으나 불상의 이유로 회수되지 못한 채 부산까지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내 유통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압수된 코카인은 DEA에 관련 정보를 제공했고, 현재 국제 마약 조직 추적 수사는 미국 등 해외 수사기관 주도로 진행 중이다. 부산지검과 세관은 "최근 부산신항을 경유하는 중남미발 무역선에서 유사한 대형 마약 밀수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며 "DEA를 비롯한 해외 기관과 실시간 정보 공유 및 공조체계 강화를 통해 국제 마약 밀수 차단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압수된 코카인 600㎏은 관련 절차에 따라 조만간 폐기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