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 셔틀 플랫폼, ARIA 극복 ‘선두 주자’로 떠올라
로슈‧ABL은 연구 중…타 글로벌 빅파마는 도입 박차
일리미스테라퓨틱스, ARIA 원천 차단 기술로 도전장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ARIA는 기존 항-베타 아밀로이드(Aβ) 항체가 뇌혈관에 침착된 아밀로이드와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뇌에 부종과 미세출혈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임상이 중단되거나 허가에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가 잇달아 허가받고 출시되면서 ARIA 발생을 억제하는 기술이 알츠하이머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에 아밀로이드 단백질 등 특정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제거하기 위한 항체 치료제가 개발됐다. 그러나 해당 기전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에서도 ARIA 부작용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이다. BBB는 뇌를 외부 유해 물질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치료제를 포함한 외부 약물의 접근도 차단해 치료 효과를 떨어뜨리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BBB를 통과시켜 약물을 뇌 깊숙한 부위까지 정확히 전달하는 기술이 뇌질환 신약 개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슈는 최근 캐나다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국제학회(AAIC 2025)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트론티네맙(Trontinemab)이 임상 2상에서 ARIA 발생률을 기존 약물 대비 5배 이상 줄였다고 밝혔다. 레켐비나 키순라가 20~40% 수준의 ARIA 발생률을 보였던 것에 비해 5% 미만으로 억제했다. 로슈는 BBB 셔틀 기술을 통해 항체가 트랜스페린 수용체(TfR)를 타고 뇌 실질 내 아밀로이드 플라크(덩어리)까지 도달하도록 설계해 염증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에 향후 anti-Aβ 항체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은 BBB 셔틀 플랫폼을 우선 고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애브비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등 글로벌 빅파마들도 BBB 셔틀 기술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과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IGF1R 수용체를 활용한 BBB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1월 이 플랫폼을 적용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 후보물질 ‘ABL301’을 사노피에 총 10억6000만 달러(약 1조5000억 원) 규모로 이전한 바 있다. ABL301은 파킨슨병의 발병 원인인 알파-시뉴클레인 축적을 억제하는 이중항체로 뇌 안으로 전달되도록 설계됐다. 이달 임상 1상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며 사노피가 임상 2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창업 4년 차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BBB 셔틀이 아닌 TAM 수용체(Tyro3, Axl, Mer) 기반 GAIA 플랫폼으로 ARIA 부작용을 원천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기존 치료제는 Fc 수용체를 활용해 미세아교세포의 대식작용을 유도해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지만, 이 과정에서 ARIA 부작용이 나타난다. Fc수용체는 세포 표면 단백질로 항체와 결합해 다양한 면역기능을 수행한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Fc의 수용체 결합 부분을 제거하고 TAM 수용체에 결합하는 단백질을 연결해 염증 없이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할 수 있는 GAIA 플랫폼을 개발했다. 대식작용은 유지하면서 염증 반응은 억제하는 이 전략은 세계 최초 시도로, 2022년 네이처메디슨에 논문도 발표됐다.
GAIA 플랫폼은 아밀로이드 베타 외에 타우, 알파-시누클레인 등의 타깃에 적용 가능해 다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현재는 후보물질 발굴 단계지만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일라이릴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시리즈B에서 투자 금액 580억 원을 유치했다.
업계에서는 ARIA 극복 여부가 치매 치료제 성공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ARIA 부작용은 현재 허가받은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된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면 치료제의 안전성과 신뢰도가 향상돼 환자 접근성이 확대되고, 임상 개발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기업 대표는 “ARIA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면 현재 처방이 어려운 고위험군 환자에게 유일한 치료 옵션이 될수 있을 뿐 아니라 예방적 치료를 위한 가장 안전한 의약품 될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