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드러누운 전직 대통령

입력 2025-08-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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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전아현 기자 @cahyun
▲사회경제부 전아현 기자 @cahyun

드러눕는다는 건 대개 절박한 자의 몸짓이다.

기후위기 시위나 사회운동 현장에서 시민들은 말 대신 몸으로 저항의 뜻을 드러내곤 했다. 그렇게 표현된 몸짓은 가장 간절한 항의의 방식이기도 하다.

얼마 전 윤석열 전 대통령도 드러누웠다. 김건희 특검팀이 1일 서울구치소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그는 속옷 차림으로 바닥에 누운 채 체포에 응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저항하기 위해 수의를 벗은 것으로 판단했다. 변호인단은 무더위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장면을 두고 ‘망신’이라는 단어는 양쪽에서 동시에 나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팀이 의도적으로 망신을 주려 했다고 주장했다. 반대편에서는 속옷 차림으로 드러누운 것 자체가 ‘자초한 망신’이라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 지원을 받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해명하며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줄곧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다가 5일이 돼서야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했다. 과거 검찰총장과 대통령 시절 ‘법과 원칙’을 외치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떻게든 수사를 피하려는 모습만 남았다. 체포영장이 집행되지 못했던 그날의 장면은 많은 국민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정말 드러눕고 싶은 건 오히려 국민들일지도 모른다.

진실은 여전히 흐릿하고 책임지려는 이는 보이지 않는다. 그토록 강조했던 법과 원칙이 자신에게만은 예외로 적용되기를 바라는 듯한 태도는 더 큰 혼란을 부르고 있다.

특검 수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길 바라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그러나 의혹의 당사자가 수사에 응하지 않으니 진상 규명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무책임한 대응 앞에서 피로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가 드러누운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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