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젓자…생산 증설하는 전력기기 기업들

초고압 변압기 수출액 사상 최대치
데이터 센터 급증, 에너지 전환 가속화
공장 늘리는 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
당분간 높은 수요 지속될 듯…“2028년도 물량까지 수주”

▲. (그래픽=김소영 기자)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 등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이 생산능력(CAPA)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성장과 주요국 전력 인프라 노후화로 초고압 변압기에 대한 높은 수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초고압 변압기 수출액은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초고용량 변압기(용량 1만㎸A 초과 기준) 수출액은 6억6420만달러(9216억 원)다. 관세청이 수출입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북미 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영향이 컸다. 미국은 AI 데이터센터 급증과 에너지 전환 가속화로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 수준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총 전력 소비량이 2024년 4조970억 킬로와트시(kWh) 수준에서 2026년에는 4조2830억 kWh까지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전력 계통 핵심 설비인 대형 변압기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 설비가 제한적이고 신규 설비 증설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단기수요가 급증하더라도 공급 대응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 모두 2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효성중공업은 2분기 연결 매출 1조 5253억 원(전년 대비 27.8% 증가), 영업이익 1642억원(162.1% 증가)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북미 생산법인의 영업이익률이 35%를 웃도는 등 고수익성 수주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분기 매출 9062억 원, 영업이익 2091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3.1%로 1분기 21.5%보다 1.6%포인트(p) 증가했다. 수주잔고는 약 62억달러(약 8조 원) 수준으로, 고마진 초고압 장비 중심으로 구성돼있다.

두 회사는 공격적인 증설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4년 완료한 1차 증설(울산·앨라바마 2200억 원)에 이어, 2027년까지 울산에 2000억 원, 미국 앨라바마에 1000억 원을 추가 투입하는 2차 증설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2024년 대비 30% 이상 늘릴 계획이다. 효성중공업은 경남 창원에 GIS(가스절연개폐장치) 수출 전용 공장을 신축 중이며, 내년 9월 완공 시 연간 3400억 원의 매출 증대를 기대한다. 미국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도 내년 준공을 목표로 기존 대비 2배 규모로 증설 중이다.

대규모 전력 인프라 투자와 데이터 센터 수요는 최소 내년 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 로드맵과 행정명령이 예정돼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AI 산업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밝혔다. 전세계 최대 변압기 제조업체 중 하나인 일본 히타치에너지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생산 속도로는 폭증하는 전력망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다며, 2026년 말까지 대형 변압기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노후전력망 교체 수요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면서 “2028년도와 그 이후 물량 까지 수주 잔고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조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AI 패권 경쟁 강화 기조 속에서 대규모 전력 인프라 투자와 데이터 센터 수요는 최소 3년 이상 지속될 중장기 사이클”이라며 “미국 내 국산 고압 변압기 수입 비중은 2022년 9%에서 2025년 누적 기준 22%까지 상승하는 등 한국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