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이후 교사 10명 중 8명 이상이 수업의 질이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과목 수 증가와 교사 부족, 행정 부담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지난달 15일부터 22일까지 전국 고등학교 교사 4162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5%는 2개 이상의 과목을 담당하고 있었고 3과목 이상 가르친다는 응답도 32.6%에 달했다. 이로 인해 전체 응답자의 86.4%가 “과목별 깊이 있는 수업 준비가 어려워 수업의 질이 저하됐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지만 교사 부족으로 본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사 46.3%는 “학교 여건 내 가능한 과목 위주로 개설돼 학생 선택권이 제한된다”고 답했다.
이수·미이수 제도와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에 대한 비판도 컸다. 교사 78.0%는 이수·미이수 제도의 전면 폐지를 요구했고, 해당 제도가 학생 성장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3.1%에 불과했다. 반면 97%는 효과가 없거나 형식적인 절차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미이수를 피하기 위해 평가 기준을 낮추거나 점수를 높게 주는 사례도 많았다. 미이수 지도를 한 교사 중 73.9%는 수행평가 점수를 높이거나 비중을 늘렸고, 57%는 지필평가에서 쉬운 문제를 다수 출제했다고 밝혔다.
출결 시스템의 혼란도 여전하다. 고교학점제에 따라 출결 확인 권한이 교과 교사에게 넘어가면서, 응답자의 69.6%가 “출결 처리 방식이 정착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담임교사는 여러 교과 교사에게 매일 연락해 출결 사항을 확인하고 수정 요청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학생부 기록 부담도 문제로 떠올랐다. 고교학점제 도입 후 학기마다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록하게 되면서, 응답 교사의 90.7%가 “기록 분량이 과도하다”고 밝혔다. 일부 교사는 수백 명의 학생 기록을 단행본 분량으로 작성해야 했다고 호소했다.
교원 3단체는 이날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준비 부족으로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을 과부하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며 교육부에 즉각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교육부에 △과목 수·학급 수·학급당 학생 수 상한제를 기준으로 교원 정원 산정 △이수·미이수 및 최성보 제도 재검토 △출결 시스템 전면 개선 △학생부 기록 부담 완화 △고교학점제 전담 조직 구축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도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