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당시 사무처장 기소유예 처분⋯각종 후원금 모금 1~3심 무죄
헌재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재판관 전원일치 의견 처분 취소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위안부 후원금 횡령’ 의혹과 관련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처장에게 내린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당시 정대협 대표였던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한 만큼, 사무처장에 관한 판단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양모 전 정대협 사무처장이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정도가 가벼워 피의자를 재판에는 넘기지 않는 처분인데 혐의가 없으니 이 처분 자체를 취소해달라고 헌재에 요청한 것이다.
윤 전 의원은 2011∼2020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돕기 위해 모금한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서울시 보조금을 허위로 받거나 관할관청 등록 없이 단체 및 개인 계좌로 기부 금품을 모집한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의원의 1718만 원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횡령 인정 범위를 확대하며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형량을 높였고,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판결을 확정했다.
현역 의원이 금고형 이상을 확정판결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는데, 재판이 길어지면서 윤 전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상태로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2011년부터 정대협 사무처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했고, 2017년 사무처장으로 임명돼 업무를 총괄한 양 전 처장도 윤 전 의원과 공범으로 보고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그러자 양 전 처장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양 전 처장은 모집된 후원금은 정대협 등 소속 회원들에게 받은 것이고, 소속원 외 사람들에게 받았다고 하더라도 모집 기간 1년 이내를 기준으로 10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1000만 원 이상의 기부 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당국에 사전 등록해야 한다. 소속원으로부터 회비 또는 그 구성원의 공동이익을 위하여 모은 금품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헌재는 법원이 윤 전 의원에게 판결한 무죄를 근거로 김복동 할머니 미국 원정경비 모금, 베트남 평화기행 경비 모금 등은 소속원들이 낸 후원 회비에 해당한다고 봤다.
정의기억재단 설립 목적 ‘할머니와 손잡기’ 모금은 당시 실무자에 불과한 양 전 처장에게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고, 재일 조선학교 마스크 보내기 모금 등 다른 후원금에 대해서도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법리 오해나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며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