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성과…FTA 넘어선 한미 협력 기틀 마련” 평가
자동차 관세 인하 행정명령·투자 구체화 등 후속 조치 따라야

한국과 미국이 지난달 31일 합의한 관세 협상에 대해 양국 통상 전문가들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넘어선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자동차 관세 인하를 위한 미국의 행정 명령 발효, 투자 구조의 구체화 등 후속 조치의 이행 여부에 따라 협상의 실효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5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한미 통상 전문가를 초청해 이번 협상 결과에 따른 영향과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진화하는 한미 경제 동맹: 관세를 넘어 기술 및 산업 협력으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협상은 미국이 교역국 중 유일하게 한국과 프레임워크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FTA를 넘어 한미 협력 확장의 발판을 마련한 굉장히 대단한 성과”라고 평했다.
그는 이번 관세 협상이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봤다. 쇼트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에서 37%를 차지하고,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470억 달러 중 약 70%가 자동차에서 나왔다”며 “이번 합의로 관세가 25%에서 15%로 조정됐지만, 미국의 행정 명령이 아직 나오지 않아 여전히 25%가 적용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중 40%가 집중된 조선 부문과 관련해선 “미국 조선업 기반 강화는 물론 방산 협력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000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구매에 대해 그는 “미국이 단기간 대규모 수출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공급망 확충을 위한 추가 투자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 안보의장은 한미 협력을 구체화할 5개 분야로 △통합 방산 파트너십을 통한 한미 동맹 강화 △조선·해양 인프라 재건 △반도체 공급망 회복력 △에너지 안보 △양자 간 제도화 등을 제안했다.
크로닌 의장은 “한미 협력은 삼각 협력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며 “인도의 경우 핵심 광물이 풍부하지만 제조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미·인도 3국이 광물부터 첨단 제조까지 연결되는 공급망 강화를 추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이번 협상이 불확실성 속 단기간에 타결됐다는 점에서 선방했다고 보면서도, 아직 모호성이 남아있는 만큼 후속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가 체결된 당시와 달리 무역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관세를 추가로 낮추기 어려운 여건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투자 펀드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어 디테일을 채워나가는 게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고 분석했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후속 협상에서 본격적으로 쟁점이 드러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경제와 안보가 하나의 패키지로 움직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안보 의제가 통상 협상의 연장선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무역 분야에서 남은 모호한 쟁점뿐 아니라, 안보 협력까지 양측이 윈윈하는 방향으로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한미 FTA가 13년 만에 사실상 무력화된 것은 안타깝지만, 미국의 통상 질서가 20세기 초 수준으로 회귀한 점을 감안하면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었다”며 “투자가 워낙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개념인 만큼 합의의 성과를 구체화하는 것이 가장 큰 다음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