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자이익 성장에도 이자 중심 여전
신사업 진출 위한 규제 완화 필요해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수익구조는 여전히 이자이익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설때마다 ‘이자놀이’ 비판의 빌미가 되는 이유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 비이자이익 부문을 강화하는 등 금융사들이 자구 노력 중이지만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규제의 장벽을 없애주지 않으면 신사업 등 성장동력 확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상반기 비이자이익 증가 속도는 빨라졌으나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5대 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9조284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5% 증가했다.
비이자이익은 2조99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3% 불어났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은 5402억 원으로 145.0% 늘었다. 신한은행은 6732억 원으로 65.7% 확대됐다. 하나은행은 7406억 원, 우리은행은 6600억 원으로 74.4%, 7.8%씩 성장했다. NH농협은행도 3789억 원으로 2.9% 늘어났다.
5대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은 21조77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의 이자이익은 5조2043억 원으로 1년 새 1.4% 늘었다. 신한은행은 4조4652억 원으로 1.9% 증가했으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3조9003억 원, 3조8530억 원으로 0.5%, 2.7%씩 성장했다. 반면 NH농협은행은 3조6548억 원으로 6.6% 감소했다.
이자이익 중심의 성장이 지속되면서 은행권에 대한 ‘정치 금융’ 압박 강도는 커지고 있다. 정부는 ‘생산적 금융’을 주문하지만 은행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제도 개선 없이는 지속가능성이 낮다고 호소했다.
현재 은행들은 디지털 금융 및 핀테크 혁신 흐름에도 관련 사업 확장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신사업 영역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경쟁 심화 때문이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지난 6월 은행권 의견을 모아 국정기획위원회에 혁신 과제를 건의했다.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 진출을 막는 규제를 해소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생활밀착형 서비스와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등을 부수 업무로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통, 운수, 여행업, 메타버스 등과의 시너지를 고려한 업종 허용도 요청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건의됐던 신탁업 규제 개선과 은행의 투자일임업 진출 확대에 관한 내용도 담았다.
은행권은 고객 편익을 키우고 비이자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규제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당국 인선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역대 정권이 금융권에 대한 규제 완화에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 온 만큼 실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정기획위도 규제를 풀어달라는 은행권 제안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억제 정책이 지속되고 있으며 경제성장률이 낮아져 기업대출 수요가 많이 늘어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자산 규모가 큰 은행의 안정적 수익확보를 통해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한 은행의 노력과 금융당국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