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좋은 돌봄 없이는 좋은 죽음도 없다

입력 2025-08-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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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남 행복한죽음 웰다잉연구소 소장

웰다잉, 좋은 죽음을 위한 준비는 혼자 할 수 없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각 나라에서 생각하는 ‘좋은 죽음’의 조건을 살펴보면 문화적 차이가 뚜렷하다. 미국은 통증 없이 편안한 죽음을, 일본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죽음을, 그리고 한국은 가족의 곁에서 죽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에게 좋은 죽음이란 결국 가족의 돌봄과 배웅 속에서 맞이하는 죽음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 조건이 무너지고 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이제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0%를 넘었다. 출산부터 양육, 교육, 장례까지, 이제는 집이 아닌 전문 돌봄에 의존하게 되었고, 가족 간 왕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가족이 있어도 절연되거나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무연고 사망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좋은 죽음’의 배경이 사라지고 있다.

이와 같은 가족의 붕괴는 돌봄 체계의 붕괴로 이어진다. 한국은 2024년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기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 기대수명은 83.5세지만, 많은 이들이 임종 전 평균 6.1년을 투병하며 생을 마무리한다. 평균 수명의 증가는 나이 든 부모와 나이 든 자녀로 이어지며,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 간병을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치매 아내를 돌보는 남편, 부모를 모시는 노년의 자녀들이 대표적 사례다. 2024년 아픈 부모를 돌보는 청년 간병이 화제가 되었지만, 노노 간병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치매 노인을 지원하는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있지만, 집에서 돌볼 경우 하루 3~4시간 정도 도움에 불과하다. 나머지 시간을 돌보기 위해 간병인을 고용해도 월 4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이와 같은 경제적 부담으로 가족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돌봄을 떠맡게 된다. 하지만 돌보는 사람도 늙고 아프다. 오랜 시간 혼자 돌봄을 도맡는 경우가 많다. 소위 말하는 독박 돌봄으로 우울감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례도 흔하다. 가족이 있어도 “힘들다”는 말조차 꺼내기 어렵다. 요양시설로 모시고자 해도 ‘부모를 버렸다’는 죄책감과 요양시설 학대 보도 등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결국 다시 돌봄을 자처한다.

이런 돌봄의 고립과 파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통합돌봄지원사업을 준비 중이다. 치매 전 단계나 비(非)치매 환자 등 제도 사각지대를 위한 돌봄 연계로, 요양병원 대신 자신의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는 가족에게만 맡겨졌던 죽음 준비를 사회가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관련하여 전국 지자체에서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역사회 내에서 가족과 이웃, 공동체가 함께 돌볼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좋은 돌봄 없이는 좋은 죽음도 없다.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선 가족들의 배웅과 돌봄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좋은 돌봄을 위해선 돌봄자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돌봄은 홀로 감내할 수 없다.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갓난 아기에서부터 죽음을 앞둔 노인에 이르기까지, 공동체는 돌봄을 근간으로 하여 지탱이 된다. 어찌보면 돌봄을 되살리는 일은 해체된 가족 공동체를 넘어, 죽음의 존엄을 함께 지켜줄 새로운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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