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이 매출 축소를 피하지 못한 가운데 수익성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위험 관리에 집중한 곳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상장사 6곳(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HDC현대산업개발)의 올해 상반기 합산 매출은 38조625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감소했다.
총 6개사 중 5곳의 매출이 역성장했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출은 7조1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3% 급감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현대건설은 15조1763억 원으로 11.6%, 대우건설은 4조3500억 원으로 18.1% 줄었다. DL이앤씨와 GS건설 역시 각각 4.1%, 1.7% 감소했다. HDC현대산업개발만 0.7% 증가한 2조395억 원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역성장을 피했다.
대형 건설사의 실적이 뒷걸음질 친 것은 경기침체 여파 등으로 신규 수주가 줄었기 때문이다. 2023년 상반기만 해도 이들 6개사의 신규 수주액은 50조 원을 웃돌았으나 지난해와 올해는 40조 원 수준으로 20% 이상 줄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부담이 컸던 시기에 발주 자체가 줄면서 외형 축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매출은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희비가 갈렸다. DL이앤씨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207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6% 급증했다.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효율적인 사업관리와 리스크 대응에 집중한 영향이다.
DL이앤씨는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2분기 91.9%까지 올라갔던 원가율을 올해 2분기 87.3%까지 낮췄다. 같은 기간 주택사업 원가율은 93%에서 87.2%로 6%포인트 가까이 개선됐다.
GS건설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2324억 원으로 41.7% 증가했고 HDC 현대산업개발(1343억 원)도 40% 가까이 늘었다. 현대건설(4307억 원)과 대우건설(2335억 원)은 각각 8%, 6%가량 증가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절반 이상 줄어든 277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평택 P3, 하이테크 등 대형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올해 공격적인 수주에 나서고 있는 주택 부문의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하반기는 분양 성과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상반기에 분양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분양 물량은 6만796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6% 감소했다.
삼성물산의 UAE 원전 프로젝트, 현대건설의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대우건설의 나이지리아 플랜트 등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도 실적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은 일정 부분 회복됐지만 외형 확대는 분양시장과 글로벌 수주 성과에 달렸다”며 “하반기에도 선별 수주와 원가율 관리 중심의 전략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