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팁의 재등장? 한국서 살아남을 수 없는 이유 [해시태그]

입력 2025-07-3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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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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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결코 마주칠 일 없어야 하는 ‘못된 녀석’이 또 등장했는데요. 이를 향한 시선은 언제나 싸늘하죠. 그 날카로움을 이겨내고자 예쁘게 포장하고 감정에 호소하기도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아웃’이죠.

“여긴 한국, 팁은 없다.”

(*팁 뜻: 시중을 드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일정한 대금 이외에 더 주는 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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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을 방문한 손님 A 씨는 계산하려다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는데요. 계산대 위에 큼지막하게 놓인 팁 박스 때문이었죠.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저희는 항상 최고의 서비스와 요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상자에는 ‘TIP BOX’라는 이름표까지 붙어 있었습니다. 자칫 외국 식당으로 착각할 법한 장면이 한국 한복판에서 펼쳐진 건데요.

A 씨는 이를 온라인에 공유했고 반응은 뜨거웠죠. “식당이면 당연히 좋은 서비스와 요리를 제공해야 하는 거 아니냐”, “자발적인 감사가 팁이지, 저건 반협박이다”, “이런 건 초장에 잡아야 한다”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는데요.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이 ‘팁’의 재등장에 불안감도 더해졌습니다. 왜 자꾸 팁이 등장하는 걸까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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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쾌한 팁, 한국에서는 불법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객이 자발적으로 종업원에게 팁을 주는 건 합법입니다. 아무 문제가 없죠. 하지만 사업자가 이를 사실상 요구하거나 가격 외의 금액을 유도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25조 제2항 제10호는 음식점에 대해 “최종 지불 가격(부가세·봉사료 포함)을 표시해야 하며 이를 초과한 금액을 손님에게 강제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죠. 즉, 메뉴판에 적힌 가격이 전부여야 하고 계산대나 키오스크에서 무언가 더 뜨는 순간 위법 소지가 생깁니다.

서울시와 식약처도 비슷한 입장인데요. 자율적인 ‘감사’는 가능하지만 고객이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문구나 사용자환경(UI)은 “사실상 강요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고 있죠.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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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외국은 왜 팁을 주는 걸까요? 미국의 팁은 ‘감사의 표시’가 아니라 거의 ‘임금의 일부’에 가까운데요. 미국 노동부(DOL)에 따르면 현재 일반 최저임금은 $7.25(약 1만 원)입니다. 미국에는 연방 최저임금이 있고 각 주와 도시별로 정한 최저금액이 있는데요.

고용주가 최저임금을 위반하면 벌금을 물지만 최저임금법에서는 ‘팁을 받을 수 있는 직종’에 대해서는 고용주가 최저임금 이하를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죠. 즉 고용주는 직원에게 팁을 포함해 최저임금을 계산할 수 있다는 건데요. 그렇기에 종업원들의 월수입 중 60~80% 이상이 팁에서 발생하는 구조가 된 겁니다. 결국 소비자가 직원의 월급을 보태주는 셈이고 그것이 사회적, 법적 합의로 시스템이 정착된 거죠.

한국은 구조가 다릅니다. 우선 법적으로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데요. 음식점 종업원이든, 편의점 알바든 모두 고용주는 법정 시급 이상을 무조건 지급해야 하죠. 그리고 정서적 측면에서도 다른데요. 한국에선 서비스는 ‘당연히 제공돼야 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죠. 맛있고 친절해야 한다는 소비자 정서는 그것으로 팁을 받아선 안 된다는 인식으로 이어지는 건데요.

이 때문에 팁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부담 전가로 받아들여집니다. 사장이 줘야 할 돈을 고객이 대신 내는 꼴이기 때문에 고용주가 임금 책임을 회피하려는 ‘슬쩍’ 시도로 해석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게 되는 거죠.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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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논란은 최근뿐만이 아닌데요. 몇 년 주기로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가 항상 맹렬한 여론의 역풍에 밀려 사라져 왔죠. 2023년에 서울 시내의 한 카페 키오스크에서 0원, 1000원, 2000원으로 나누어진 팁 선택 항목이 추가됐고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키오스크 기본값이 ‘팁 포함’으로 설정돼 있다는 사례가 나왔는데요. 또 서울의 한 빵집에서 ‘팁 박스’가 논란이 일면서 점주가 이를 없앤 바 있습니다.

세종시 한 장어전문점에서도 '서빙 직원이 친절히 응대해 드렸다면 테이블당 5000원 정도의 팁을 부탁드리겠습니다'는 문구가 논란이 됐고 한 피자가게는 팁 2000원을 함께 결제해야 주문을 할 수 있도록 해 비판을 받았습니다. 최근 여의도 식당 팁 박스 말고도 서울의 한 냉면집이 키오스크 결제 화면에 '고생하는 직원 회식비' 항목을 추가해 팁을 유도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는데요. 모두 격한 비판을 받았고 대부분 ‘팁’ 유도 행동을 수정했죠.

거센 비판에도 팁 유도 시도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요? 이유는 어찌 보면 단순합니다. 인건비 부담이 크기 때문인데요. 최저임금은 매년 오르고 주 52시간제까지 맞추려다 보니 자영업자의 고충이 더해지며 이를 돌파하기 위해 나온 전략이 ‘고객 자율 팁’ 유도인 거죠. 이름은 자율이라지만 방식은 심리적 압박입니다.

팁이 아닌 척하는 팁으로 꼼수를 쓰기도 하는데요. 이번 냉면집 사례가 그랬죠. ‘직원 회식비’라는 항목을 키오스크에 끼워 넣었습니다. 소비자의 정서에 기대는 방식이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죠. “그 회식 내가 껴도 되는 건가요?”


(출처=오픈AI 챗GPT)
(출처=오픈AI 챗GPT)


미국에서도 요즘은 팁에 지쳐가고 있는데요. CNN, NPR,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는 ‘팁플레이션(Tipflation)’이라는 말까지 나왔죠. 예전에는 레스토랑 서버에게만 주던 팁이, 이제는 카페 바리스타, 키오스크, 무인계산기, 심지어 자판기에서도 요구되면서인데요.

‘자율’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가 됐죠. 결제 과정에서 기본 설정이 25~30%로 잡혀 있어 소비자는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팁을 안 준 사람”이 되는 구조인데요. 미국 소비자들조차 ‘죄책감 때문에 주는 팁’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나선 거죠.

‘팁’은 고객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표시지만 결제창 옵션, 회식비 항목이 되고 기본값 체크 박스로 등장하는 순간, 그건 더는 감사가 아니라 강요가 되는데요.

팁에 단호한 한국인. 격한 반발에 한국에 팁 문화가 대놓고 들어올 가능성은 극히 적습니다. 하지만 형태를 바꾼 ‘유사 팁 문화’는 계속 변형돼 등장할 수 있죠. 사실상 ‘불쾌’의 동의어가 된 ‘팁’의 변형도 결국 꼬리를 내릴 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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