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도입된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가 시행 10년이 됐지만 증권사 리포트는 여전히 매수 일색이다. 자율규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현행 제도가 단순히 투자의견 비율을 공시하는 데 그치고, 사후 관리도 사실상 부재해 증권사들이 제도에 구속을 느끼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부정적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올라온 기업 분석 리포트 2만1048개 중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한 리포트는 단 23건에 그친다. 이마저도 '마켓퍼폼(시장 수익률)' 의견을 포함한 수치로, 이를 제외하면 '매도'를 직접적으로 기재한 리포트는 고작 3건뿐이다. 단순 수치로 따지면 약 7000건 중 한 건만이 매도 리포트인 셈이다.
문제는 투자의견 '매수' 쏠림 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는 2015년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를 도입, 증권사가 리포트를 발간할 때 전체 투자의견 비중을 함께 공시하도록 했다. 매수 리포트 일색인 관행을 자율 경쟁을 통해 개선하고, 이를 통해 증권업 전반의 신뢰성을 높여 자본시장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제도 시행 10년이 지난 지금도 실질적인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 같은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9년에는 투자의견에서 '매수'와 '적극매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67.3% 수준이었는데, 2010∼2019년 89.6%로 급증했다. 최근 5년(2020~2024년) 사이에는 93.1%까지 치솟앗다.
이러한 쏠림 현상 배경으로는 이해상충 문제가 지목된다. 앞선 보고서를 작성한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애널리스트는 증권사 직원으로서 증권사의 수익 창출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투자은행 업무의 (잠재적) 고객인 상장기업에 대해, 중개업무의 고객인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찝었다.
업계는 나름대로 균형 잡힌 의견 제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나름대로 의견 비중을 조절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매도'라는 표현은 부담이 있어, 목표주가 하향이나 리스크 요인 강조 등으로 간접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리서치 기능의 독립성이 확보돼야 애널리스트들도 보다 자신 있게 의견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