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장기 투여 효과를 입증하는 결과가 연이어 발표됐다. 기존에는 증상 완화나 병 진행속도 지연에 그쳤지만, 이제는 알츠하이머병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4일 외신과 제약바이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현지시간)부터 31일까지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학술대회(AAIC 2025)에서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순라’(성분명 도마네맙)의 장기 임상 결과가 공개됐다.
바이오젠은 4년간의 레켐비 치료가 초기 알츠하이머병(AD)의 진행을 늦추고 초기 단계를 더 오래 유지해줬다고 설명했다. 초기 단계에 치료를 시작한 환자의 50% 이상이 4년 후 임상 점수가 지속해서 개선됐다.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4년간 레켐비 치료 후 69%가 개선 또는 감소 없음을 보였다. 바이오젠 관계자는 “이러한 결과는 초기 AD에서 치료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것이 임상적 악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지속해서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일라이 릴리도 3년간 키순라로 치료받은 환자들의 쇠퇴 속도가 느려졌다는 내용을 담은 임상 3상(TRAILBLAZER-ALZ 3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릴리는 알츠하이머병 발병 초기에 키순라를 투여받은 환자들은 늦게 투여한 환자에 비해 질병의 다음 단계로 진행될 위험이 27%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키순라 치료를 받은 참가자의 75% 이상이 치료를 시작한 지 76주 이내에 아밀로이드가 제거됐다고 밝혔다. 릴리 관계자는 “키순라는 3년 동안 지속해서 임상적 이점과 안전성을 확인횄다. 특히 조기 개입의 장기적 가치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두 치료제 모두 공통으로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본격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부터 뇌 속 아밀로이드 축적이 시작되며,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치료를 시작할수록 병의 진행을 더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레켐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023년 7월 승인받으며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대의 포문을 연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46개국에서 승인됐고, 한국에서는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고 같은 해 11월부터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에서 도입해 처방을 진행하고 있다.
키순라는 미국과 일본, 중국, 호주 등 약 13개 국가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다.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의약품사용자문위원회(CHMP)도 이달 키순라 승인을 권고하는 의견을 발표했다. 올해 3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승인 거절당했으나 재심사를 거쳤고,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EC)는 앞으로 몇 달 안에 키순라에 대한 최종 승인 결과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전 세계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규모는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연구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2022년 42억1000만 달러(약 5조9000억 원)에서 2033년 308억 달러(약 42조8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약 10년 사이에 7배 이상 시장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2022년 전 세계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규모를 40억5000만 달러(약 5조6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19.99%를 기록해 2030년 151억9000만 달러(21조1300억 원)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