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KBS1 ‘아침마당’은 평소와 조금 다른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평소보다 늦은 편성 시간, 무역 뉴스 특보 이후 잠시 뒤늦게 방송을 탄 이 프로그램에서 김재원 아나운서는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저와의 아름다운 이별이 아쉬워서 그런지 조금 늦게 방송을 시작했다”며 김재원 아나운서는 특유의 재치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나라가 잘 됐으면 좋겠고 그만큼 ‘아침마당’도 잘되고 김재원 아나운서도 잘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재원 아나운서는 1995년 21기 아나운서로 KBS에 입사해 30년을 넘게 재직했다. 시청자들과 ‘아침마당’에서 처음 인사를 나눈 건 1997년 ‘토요이벤트’ 코너였다.이후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다시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아침마당’을 두 차례에 걸쳐 장기 진행하며 KBS의 아침을 책임져 왔다. 이 외에도 ‘6시 내고향’, ‘생생정보통’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목소리를 들려줬다. 그의 자리는 박철규 아나운서가 이어받는다.
이날 방송은 ‘꽃피는 인생 수업’이라는 테마 아래 진행됐다. 김재원 아나운서는 “제작진이 주제를 정할 때 큰 그림이 있었다. 김재원이 퇴직 이후 신경 써야 할 것들을 엄선했더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눈 건강, 치아 건강, 피부 건강... 이 모든 게 오늘 제 얘기”라며 재치 있는 멘트로 마지막 코너를 열었다.
작별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을 향해서는 “여러분이 남겨주신 말 한마디, 꼼꼼히 읽고 마음에 새기고 있다. 인생의 교훈이자 응원으로 삼겠다”며 “더 넓은 세상에서 버텨나가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느낀 솔직한 감정도 털어놨다. “조금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더라. 방송 전에 작가님이 마지막 강의는 제가 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중요한 정보를 다뤄야 하는 자리라 제가 할 수 없었다”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곧 “사라지는 건 아니다. 동네 서점에서 사인회를 하거나 지방 행사에서 사회를 보고 있을 수도 있다”며 특유의 익살을 더했다.
그는 최근 출간한 책 ‘엄마의 얼굴’을 언급하며 “보고 싶으시면 책을 봐 달라. 전하고 싶은 말이 그 안에 있다”고도 말했다.
또한 그는 “이런 순간이 오면 부모님이 떠오른다”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지금 모습을 보셨다면 기뻐하셨을 것 같다. 그동안 시청자 여러분들을 부모님처럼 여기며 방송했다”고 말해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감사패를 건네받은 자리에서 그는 “상을 받은 느낌이다. 방송 대상도, 연예 대상도 받아본 적 없지만, 이 자리를 빌려 저를 키워주신 모든 제작진과 직원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끝맺었다. “30년을 다녀야 했던 KBS, 12년을 지켜야 했던 ‘아침마당’을 졸업하게 됐다. 내일도 여러분 곁에 오겠다는 약속은 지킬 수 없지만 다른 방송과 다른 채널에서 또 만나겠다. ‘아침마당’을 잊지 않겠다. 넓은 세상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펼치겠다.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