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건조·MRO 등 조선업체 프로젝트 투자 예정
“미국 진출 확대되는 마중물 기대”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1500억 달러(한화 약 208조 4400억 원)의 한미 조선협력 전용 펀드가 조성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조선업 능력을 높게 평가하며 미국 내 선박 건조가 최대한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하면서, 한미 조선업 협력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31일 이재명 대통령은 통상 합의에 3500억 달러 규모 펀드가 포함됐고, 이는 양국 전략산업 협력 기반을 공고히하는 데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조선협력 전용 펀드다. 이 대통령은 한국 기업 미국 조선업 진출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역시 브리핑을 통해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으로 미국과의 조선업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을 꼽았다. 한미 조선 협력 펀드 기금은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며 한국 조선 기업들의 수요에 기반, 구체적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정이다.
김 정책실장은 “특히 세계 최고의 설계 건조 경쟁력을 보유한 우리 조선 기업들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강점을 보유한 미국 기업들이 힘을 합한다면 자율 운행, 선박 등 미래 선박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등 통상 협상단은 곧이어 연 기자간담회에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합의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마스가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한국이 미국에 제안한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다.
조선업계에서는 아직 구체적 협력 방안은 미정이라면서도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존스법(Jones Act)으로 미국 내 운항하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 수리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하지만 미국 내 조선소는 기술력과 생산성 저하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스가를 통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면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 선박 시장에 직접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 진출은 어쨌거나 리스크가 적지 않다”면서 “펀드가 조성되면 리스크를 낮춰주고 미국 시장 진출에 마중물이 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원하는 미국 조선소 현대화에 대한 투자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 협력 방안을 구상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마스가를 위한 지원법 대표 발의 계획을 밝혔다. 이 최고위원이 발의하는 마스가 지원법은 한국 기업이 미 해군의 군함 건조와 MRO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적 지원과 외교 협상 및 협정 체결 지원이 핵심 골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