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관세협상 ‘가치창조적 해법’ 찾아야

입력 2025-07-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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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성 Solbridge경영대학 석좌교수ㆍ동국대 명예교수(경제학)

농산물 수입·대미 투자가 주요변수
시장 개방 감내할 만…자신감 갖고
시간에 쫓긴 섣부른 합의 경계하길

지난 7월 23일 필리핀이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일본(22일)에 이어 다섯 번째로 미국과 관세율 19% 및 군사협력 약속으로 협상을 타결하였다.

이후 27일에는 유럽연합(EU)이 미국산 에너지 구매 7500억 달러, 미국 내 투자 6000억 달러로 일괄 15% 관세의 무역협정틀(framework)에 합의하였다. 우리보다 앞서 관세협상을 타결해 우리의 모형으로 여겨지는 일본과는 투자규모 5500억 달러, 쌀 등 농산물시장 개방을 대가로 상호관세 15%, 자동차관세 12.5%(이전 25%)로 합의하였다.

또한 15일 타결된 인도네시아와는 미국산 에너지 150억 달러, 농산물 45억 달러와 보잉 제트기(대부분 보잉 777기) 50대 구입 등 미국제품의 구매와 함께 대미 수출관세 19%, 미국의 대인도네시아 수출관세는 0%로 합의하였다.

한편, 미국의 최우방이며 대미무역 적자국인 영국은 보편관세 10%만 유지하고 상호관세는 없애주기로 합의하고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연간 10만 대의 관세율쿼터(TRQ)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합의한 바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미무역 흑자국이며 우리 기업의 현지투자가 많은 베트남의 경우 대미 수출관세 20%(중국산 우회제품 40%), 미국의 대베트남 수출품에 대한 무관세와 미국산 농산물시장의 전면 개방을 약속하였다.

이들 협상결과는 선례로서 우리가 협상전략을 구상할 때 중요한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즉, 보편관세 10% 수준, 그리고 상호관세(우리의 경우 25%)는 0%에서 15% 사이가 기준 타결범위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 상호관세율의 결정은 미국의 주요 관심사항인 농산물(쌀, 쇠고기)과 대미투자(미국제품의 구매 포함) 규모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트럼프 정부가 관세협상과 주한미군 주둔비용 및 국방예산 증액을 연계하여 원스톱쇼핑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만큼 이 분야도 상호관세 결정의 요인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서 언급한 6개국의 선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자국의 우세한 지위를 이용하여 상대국을 압박하고 위협을 가하여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전형적인 ‘지위활용 협상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상에서 우수한 성과를 올리기 위해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근원적 이해(real interests)를 파악하여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미국이 상호관세라는 무기를 들고 협상에 나서는 것은 상대방 국가와의 무역적자 해소라는 단기적 이해와 미국 제조업의 부활과 고용회복이라는 장기적 이해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협상력 열위에 있는 우리의 근원적 이해는 장기적 경쟁력을 좌우하는 분야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한미 양국의 근원적 이해를 접목하여 당사자 모두가 이득을 얻는 가치창조적 합의를 위해 협상학에서 제시하고 있는 몇 가지 원칙 중 ‘차이(difference)’의 활용법이 있다. 투자사업의 경우 ‘상황대응적 합의(contingent contracting)’가 그것이며 이 방법은 미국의 알래스카 가스관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역적자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국내시장을 미국 수준으로 열어주어도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시장이 열려도 한국인의 선호가 미국과 많이 달라 실제 피해는 예상보다 훨씬 작다는 것을 과거의 경험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슈에 대해서는 그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의 대부분이 미국 현지투자에 활용되었음을 수치로 보여주고, 현지투자와 더불어 미해군 함선의 MRO(유지·보수·운영)는 물론 미국 조선소의 인수를 통해 존스(Jones)법을 충족하도록 선박을 미국에서 제작하도록 하겠다는 제안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양국의 근원적 이해에 대한 문제해결 접근법(problem-solving approach)과 더불어 몇 가지 전술적 조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협상장에서 우리의 최초 제안을 공격적으로 하여 물러서더라도 별 손실이 없도록 ‘닻내리기 효과(anchoring effect)’를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크게 양보한 것처럼 보이도록 잘 포장된 언어를 선택하여 트럼프의 자존심을 세워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시한에 쫓겨 최종 합의를 망치지 말고 원칙적인 수준의 합의를 먼저 발표하고 최종 합의는 시간을 두고 진행하라는 것이다. 중국과의 험난한 협상을 앞두고 있는 미국인 만큼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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